삼성, '8.6세대 OLED' 4조 배팅…중국 추격 따돌린다
삼성, '8.6세대 OLED' 4조 배팅…중국 추격 따돌린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4.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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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2026년 IT용 OLED 1000만대 생산
이재용 약속 60조 지역투자 첫이행, 2만6000명 고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향후 4년간 4조1000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한다. 8.6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생산해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대응한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4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제2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날 협약식은 디스플레이 최강국을 만들기 위한 ‘팀코리아’가 총출동한 자리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을 비롯해 소재·부품·장비 사업 주요 협력업체, 충남지역 4개 대학 총장과 산학협력 10개 대학 교수 등 250여명이 참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로 LCD가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 노트북 시장의 중심 기술을 OLED로 빠르게 전환할 방침이다.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OLED 기술로 중국으로 넘어간 한국 디스플레이의 영토를 탈환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신규 라인이 완성되는 2026년이면 IT용 OLED를 연간 1000만대 정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IT용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20% 수준으로 현재 대비 5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용 회장의 이번 투자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한 초강수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까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LCD의 경우 이미 중국과의 격차가 사실상 없어졌고 OLED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과감한 투자로 2004년 처음으로 일본을 뛰어 넘고 세계 LCD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후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6세대, 7세대, 8세대 LCD, OLED에 대한 투자 확대로 2004년부터 2020년까지 17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상황이 다시 바뀌고 있다. 이제 한국의 뒤를 중국이 무섭게 쫓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21년 세계 시장 점유율 41.5%로 세계 1위 국가로 등극했다. 중국이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은 세계 LCD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총 투자비의 10% 자금만 보유하고 있어도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는 2018년 10.5세대 LCD B9 공장의 총 투자비 56억달러 중 10%인 5억6000만달러를 투입해 세계 최대 LCD 공장을 세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치킨게임으로 약화된 대형 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22년 LCD 생산을 중단하고 자발광 기술인 QD-OLED로 기술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12월 TV용 LCD 패널 국내 생산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중국에 디스플레이 세계 1위 자리를 넘겨줬지만 프리미엄 기술인 OLED 분야에서는 지난해 세계 시장 71%(중국 28%)를 기록,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OLED 분야에서도 중앙·지방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기술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투자는 삼성이 지난달 약속한 60조원 지역 투자의 첫 이행이란 의미도 있다.

글로벌 ‘첨단산업 제조시설 유치 경쟁’은 '전쟁터'라고 불릴 정도로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첨단제조시설을 자국 내에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발표는 대한민국의 ‘첨단산업 국내 유치’ 성과다. 삼성은 이번 투자로 국내 설비 및 건설업체 매출이 약 2조8000억원 규모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고용창출 효과는 2만6000명 규모로 기대했다. 충남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 도약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첨단산업 입지로서의 대한민국의 매력과 가능성을 전 세계에 환기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 투자에 대한 확실한 지원을 약속한 정부, 어려운 환경이지만 미래에 더 큰 기회를 만들기 위한 ‘투자’를 흔들림 없이 진행하는 삼성의 노력은 한국 경제 전반의 자신감과 국내 투자 의지를 끌어올리는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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