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이 '목숨줄'이라며 현금 액수·날짜 메모 지시" 증언
"남욱이 '목숨줄'이라며 현금 액수·날짜 메모 지시" 증언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03.30 14: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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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남욱 변호사의 측근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재판에서 남 변호사 지시로 정민용씨에게 수억원을 전달하고 액수와 시기를 메모로 남겨뒀다고 증언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남씨 측근이자 천화동인 4호 이사인 이모씨는 이같이 증언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게 대선자금 명목으로 20억원가량을 요구했고 최종적으로 6억 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남씨가 돈을 마련해 유씨와 정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건넸는데, 남씨가 준 돈 중 1억 원은 유씨가 사용하고 나머지 1억4700만 원은 유씨가 김씨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씨는 남씨 측근으로 그해 4~8월 정씨를 만나 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돈 전달 시기 등 내용을 담은 메모를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했다. 

이날 증언에 나선 이씨는 "남욱 대표가 미국에 출국해 있던 2021년 9월 제게 연락해 4월부터 8월까지 정민용에게 전달한 현금 날짜와 금액, 자금이 어떻게 조정됐는지를 메모해놓으라고 해서 작성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남욱이 '내 목숨줄이니까 현금 액수와 날짜를 적어놓으라'고 말했던 것이 맞나"라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이씨는 "남 대표가 '내 목숨줄'이라는 표현을 썼고 제 성이 이씨여서 제목을 'Lee list'라고 쓰고 현금이 오간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괄호에 'golf'라고도 썼다"고 전했다. 

또 "남 대표가 전화해서 금고에 있는 돈을 주라고해서 정민용씨에게 전달했다. 남 대표 사무실 금고를 열어 현금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꺼내 정씨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돈을 건네면서 '이건 약입니다'하고 농담했던 것이 기억나냐'라고 묻자 이씨는 "남 변호사가 즐겨먹는 약의 쇼핑백이었고 이건 현금이 아니라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했다. 

21일 증인으로 출석한 정씨는 이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을 때 종이 상자에 담긴 현금 1억원이 영양제 쇼핑백에 담겨 있어 이씨가 "약입니다"라고 농담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이날 증언에서 그와 같이 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