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법정 진술 ‘오락가락’
곽영욱, 법정 진술 ‘오락가락’
  • 김두평 기자
  • 승인 2010.03.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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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당혹’… 조사·영상 기록 공개키로
한명숙 전 총리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11일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앞뒤가 맞지 않은 진술로 검찰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곽 전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두 번째 공판에 나와, 공기업 사장 자리를 놓고 한 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나, 재판부는 “정리가 안된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곽 전 사장은 이날 “석탄공사인지, 한전 갈 것 같다는 내용으로 한 전 총리와 한번 통화한 적이 있다”며 공기업 사장 자리를 자신이 먼저 언급했음을 밝혔으나, 그 시점이 지원서를 내기 이전인지, 낸 후인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친분관계를 입증하려는 검찰의 질문에도 “훌륭한 분이 잘해주시니 제가 부드러움을 느꼈다, 친한 것 같다”고만 말했다.

게다가 “큰 수술을 한 후로 기억력이 나빠졌다”며 불분명한 답변만을 이어갔다.

검찰이 “총리공관에서 한 전 총리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달러를 줬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힌 만큼, 이날 공판은 그의 ‘입’에 모든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이날 공판에 모습을 드러낸 곽 전 사장은 일단 검찰의 입장에서는 ‘불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한편 검찰은 ‘곽 전 사장의 비리를 일부 봐주는 조건으로 한 전 총리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는 이른바 ‘빅딜 의혹’과 관련 변호인단이 공개를 요구해 온 곽 전 사장 등의 조사 과정을 담은 동영상과 내사기록을 열람 방식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 등과 오찬을 가진 뒤 인사청탁 명목으로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각각 담긴 편지봉투 2장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8일 열린 재판에서 한 전 총리 측은 여전히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또 은밀히 이뤄져야 할 총리공관에서 버젓이 돈을 받았다는 정황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는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15일),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19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26일) 등이 잇따라 법정에 선다.

22일 오후 2시에는 뇌물을 주고 받은 장소로 알려진 총리공관에 대한 첫 현장검증도 진행될 예정으로, 이 사건 심리는 내달 9일 선고에 앞서 이르면 이달 26일께 끝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