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참으로 경이로운 건 그 엉성한 까치집이 곁의 아름드리나무 허리가 꺾이고 뿌리가 뽑히는 2002년 태풍 루사(Rusa)에도 까딱없었다는 사실이다.
연장 하나, 철사 한 올 없이 젓가락 같은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얼기설기 지은 집이 그랬다.
만약 인간동물과 기타 동물의 범(汎)동물건축올림픽이 열린다면 어떨까. 동메달→까치 제비 개미 벌, 은메달→거미 딱따구리, 금메달→누에쯤이 될지도 모른다.
스페인의 건축 천재 안토니오 가우디(Gaudi)나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Botta)도 시상대의 동물들에게 손뼉만 치고 있을 것이고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세계최고 빌딩을 완공한 한국 건설 팀도 동메달 하나 건지지 못할 것이다.
이들 메달리스트들이 첨단 장비로 칠레에 빌딩을 올렸다면 지난번 지진에 무너졌을까 아닐까.
건축 기술뿐 아니라 지진 예후(豫後) 예측 예지감각 또한 인간동물의 추종을 불허한다.
두꺼비만 해도 6만9천여 명의 사망자를 낸 2008년 여름의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을 미리 감지, 그 며칠 전부터 진앙지 원촨(汶川) 인근에서 수십만 마리가 질서정연하게도 대대적인 서바이벌 엑서더스를 벌였다.
개 고양이 뱀 등도 미리 대피, 지진 피해를 당하는 법이 없다.
이들 기타 동물이 도대체 인간동물의 지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지난 1월의 아이티, 2월의 칠레 대지진 피해의 폐허, 그 아노미 상태에서 벌어진 약탈 방화 행위를 두고 두꺼비나 뱀들은 한심한 민도(民度)―people’s standard도 아닌 0점 이하의 ‘인도(人度)’를 두고 일제히 혀를 찼을지도 모른다.
쓰촨성 지진의 두꺼비 엑서더스 대열은 전혀 흐트러지거나 단 한 번도 뒤얽혀 싸우지 않았다.
3월 4일 대만, 5일 수마트라, 8일 터키, 9일 드디어 태안 앞바다.
다음은 어디일까. 두꺼비와 뱀 등 동물을 인간동물의 스승으로 모셔 그들의 지혜를 고이 빌리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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