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받는 정치, 남의 일인가”
“박수받는 정치, 남의 일인가”
  • 이성춘
  • 승인 2010.03.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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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민주정당들마다 적게는 2~3개, 많게는 4~5개의 파벌-정파-계파들이 있다.

대체로 이념, 정책, 전문분야, 학연과 지연등으로 갈리는 계파들의 활동은 장점과 단점을 갖고있다.

긍정적인 면은 한 계파의 독주를 막거나 견제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면은 지나치게 계파의 이익과 주장을 고집을 할경우 부질없는 파쟁을 심화시키고 당을 경직케하며 동력을 약화시킨다.


분명한 것은 국민들은 파쟁을 싫어하며 싸움이 일정한 도를 넘을때에는 당은 분열등 결정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는 점이다.

20세기이래 파벌의 수가 가장 많은 정당으로는 일본의 자유민주당이 꼽힌다.

1955년 11월15일 보수세력들의 대연합으로 탄생한 자유민주당-자민당은 파벌이 무려 10여개나 되고 장장 53년간 집권해오는 동안 8개 이하로 줄어든 적이 없었다.

이들 파벌들은 중요한 정책과 현안에 대해, 또는 조각, 개각때마다 각료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대립했지만 한번도 당이 깨지지 않은데는 각파가 몇가지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책과 현안에 대해 대립하지만 결코 계파의 이익을 고집하지 않는다.

각파가 충분히 협의하되 국익과 민의를 고려해 절충하며 일단 결론이 나면 모두가 하나가되어 옹호하고 실천한다.

또 의견차가 심할경우 총재(총리)주재하에 파벌의 대표자회의에서 조정하거나 원로회의에 위임한다.

이밖에 조·개각때는 총재계가 독점하지 않고 최대한 안배한다는 원칙들이다.

격심한 대립과 마찰을 빚다가도 타협하고 단합하는 자민당의 모습에 대해 일부 정치학자들은 역설적으로 파벌싸움이 53년간 장기집권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자민당은 1992~93년사이 야당들의 연립정권의 수립으로 실각했었고 작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배해 야당이 된것은 파쟁도 문제였지만 정경 유착, 정관 유착에 의한 검은정치와 검은돈 거래 부패와 나태 때문이라는 의견이 적지않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명멸했었던 수많은 정당들 중에서 파벌과 파쟁하면 1950년대의 민주당을 떠올리게 된다.

장면과 조병옥을 리더로 하는 신구파간의 대립은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져오고 있다.

신구파간의 다툼의 양상은 자민당의 파쟁후 공동보조와 비슷했다.

정책 당직 당의운영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싸우다가도 이승만정부와 자유당의 오만함과 독단에 또 이들에 대한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는 힘을 합쳐서 용감하게 저항함으로서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민주당은 1960년 4.19학생혁명의 덕분으로 그해 5대총선에서 전의석의 85%선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총리선거에서 신파가 승리한후 조·개각때마다 각료수와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싸우다가 구파는 이듬해 봄에 탈당, 신민당을 창당했으나 5.16쿠데타로 장면정권은 붕괴되고 말았다.

역사의 가정은 없지만 신구파가 민주당 안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칙아래 건전하고 생산적인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었다면 쿠데타를 예방할수 있었을것 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가뜩이나 무기력한 한나라당이 근 6개월간의 세종시를 둘러싼 집안논란으로 지칠대로 지쳤다.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9개부처등이 옮겨가는 원안과 경제과학 도시로 만들려는 수정안을 갖고 펼친 사생결단식의 대결로 당력은 크게 약화되고 집권당으로서의 체면과 위신은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야당은 뜻밖에 별다른 반대투쟁 대신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면될 정도로 편안하기만하다.

한나당은 뒤늦게 연 의원총회서의 5일간의 마라톤 토론이 무위로 끝나자 세종시 문제를 중진협의체에 넘겼다.

친이·친박·중도 각2인씩 6인중진협의체를 구성했지만 협의체의 앞날은 까마득하다.

원안, 수정안, 절충안 가운데서 어느것부터 검토할것이며 회의를 어떤방식으로 운영할것인지 미정상태다.

그렇다고 중진협의회서도 평행선달리기 식으로 마냥 질질 끌수는 없다.

수정법안을 처리해야할 4월국회, 국민이 심판을 내릴 6.2지방선거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지않는가.
두계파가 상호 양보로서 극적인 타협을 할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한낱 꿈일까. 조병옥대표최고위원의 명언대로 “계파의 이익보다 당, 당의 이익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 해법을 찾을수 있을것이다.


국민의 뜻과 시선이 무서운줄 안다면 타협안은 더빨리 나올수 있을것이다.

국가장래를 접어둔채 계파주장만 고집하다가 미합의로 끝날경우 결국 국민투표로 가는것인가.
한나라당의 양대계파와 지도부는 민주당의 신구파, 일본자민당의 8개사단의 전쟁의 교훈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6인의 중진들은 세종시 문제가 당의 운명과 존망을 판가름 짓는다고 보고 정치생명을 걸고 결판을 내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