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소 후 민생 행보 박차… 현실은 산 넘어 산
이재명, 기소 후 민생 행보 박차… 현실은 산 넘어 산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3.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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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기소 이튿날 '지역화폐' 성과 강조하며 민생 행보
비명계 '대표직 유지' 관련 당헌80조 논란 재점화
관건은 사법리스크 부정여론 진화..최근 '호남 지지율 하락' 주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례·대장동 특혜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가까스로 대표직은 지켜냈지만, 재판과 판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소 시 당직을 정지한다'는 당헌 80조의 예외를 적용한 데 따른 여진이 당내에 이어지고 있는데다 사법리스크가 길어지면 국민 부정여론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다시금 거취를 두고 압박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관건은 민주당 지지율과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계속 유지하느냐다.

이 대표는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이튿날인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아 지역사랑 상품권을 주제로 현장 간담회를 했다. 경기지사 시절 '이재명표 정책'으로 불렸던 지역화폐 성과를 부각시키며 민생경제 행보를 통해 대안정당으로 바로 서겠다는 대국민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내가 성남시장이던) 그때 당시 250억원 정도 지역화폐 예산을 발행했더니 성남에 있던 망해가던 전통시장들이 살아났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친명(친이재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객관적인 상황이 없는데도 무조건 '(대표직에서) 내려와라'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최근 갤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상황 속에서 대표직을 내려놓는단 건 전제에 맞지 않지 않다"고 이 대표를 옹호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오차범위를 벗어나 10%포인트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조원씨앤아이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스트레이트뉴스 의뢰, 지난 19~20일, 전국 성인남녀 1013명)에 따르면 △민주 45.7%(0.1%p↑) △국민의힘 36.3%(2.0%p↓) △정의당 2.0%(0.3%p↑)로 집계됐다. 다만 눈에 띄는 건 호남에서의 지지율 변화다. 전남·광주·전북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5.0%p(알앤써치), 1.4%p(조원씨앤아이) 각각 하락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민주당 텃밭인 호남 민심이 미세하게 출렁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체제를 비토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기소 당일 당무위가 열린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라는 물음에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철통같은 태세"라며 "전반적으로 과유불급"이라고 밝혔다.

비명계인 전해철 의원은 지난 22일 당무위원회에서 정치탄압을 이유로 이 대표의 대표직이 유지된 데 대해 "기소와 동시에 직무 정지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하며 퇴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김민수 대변인은 이 대표를 겨냥해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대한민국의 민생은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든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총선을 1년 여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과 이 대표로서는 호남-수도권 민심과 비명계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적쇄신이나 당직 개편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단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호남을 대표하는 인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지명직 최고위원에 송갑석 의원이 새로 발탁될 것이라는 설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남국 의원은 "이 대표도 당 통합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인적쇄신과 관련해) 조만간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p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