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일부 수요 진입 문턱 낮아졌지만 고금리·경기 침체 여전"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 폭 내리면서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도 2020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주택 교체 등 일부 수요의 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졌지만 높은 금리 수준과 경기 침체 등 주택 시장을 둘러싼 악조건이 여전히 더 많다고 봤다. 세 부담 축소 정도로 주택 시장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날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전년 대비 18.61% 하락해 지난 2005년 제도 도입 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역대 공시가격이 하락했던 2009년(-4.6%)과 2013년(-4.1%)과 비교하면 약 14%p 더 하락했다. 이로써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4년부터 10년간 이어오던 상승세를 멈췄다.
시도별로는 세종이 30.68% 하락하며 전국 시도 중 가장 큰 폭으로 내렸고 인천(-24.04%)과 경기(-22.25%), 대구(-22.06%), 대전(-21.54%)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17.30% 하락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내린 것은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로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공시가격 산정 시 적용하는 시세 반영 비율을 2.5p 하향 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올해 보유세 부담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작년 수준으로 가정하고 예측한 결과 올해 보유세 부담은 2020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하락에 대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금리 인상으로 집값 하락이 가팔라졌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에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보유세, 국민건강보험 등과 관련된 세금이 인하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공시가격 하락에 따른 보유세 부담 완화가 침체기에 접어든 주택 시장 분위기를 반전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되고 있지만 경기 둔화 우려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미분양 증가 등 주택시장 불안 요소가 여전해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구매 의지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 하락 등 보유세 경감으로 인한 주택 거래량 회복이나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집값 호황기에 비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한 구매환경이 악화됐고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낮아지며 급하게 처분하지 않고 관망하려는 매도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과세 부담 완화가 집값 회복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급격한 세 부담을 낮춰 실수요자 주택 보유 관련 심리적 부담을 낮추고 1주택 교체 수요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송승현 대표도 "현재 금리 상황과 경제 상황으로는 보유세 완화가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나 투기 수요를 유발하기는 힘든 구조라고 생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