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사라진 중도금 대출…청약 양극화는 가속
'천장' 사라진 중도금 대출…청약 양극화는 가속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03.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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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주택 자금 여건 개선…서울 강남권 직접 수혜
장기적으로는 인천·경기·지방으로 '훈풍 확산' 가능성도
서울시 강남구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강남구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분양가 12억원 초과 주택 수분양자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일부 청약 시장에 온기가 돌 전망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 분양가가 높은 단지에 직접 수혜가 예상되는 가운데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 청약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이 되살아나면 인천·경기와 지방 주요 도시로 온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HUG는 지난 20일부터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 기준과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 규정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분양가 12억원 초과 주택 수분양자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1인당 최대 5억원이던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도 없어졌다.

정부는 과거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에만 중도금 대출을 허용했지만 분양시장이 급격히 침체하자 지난해 11월21일부터 분양가 12억원 이하로 기준을 완화했고 이번에 아예 상한을 없앴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도금 대출 규제 폐지가 서울 등 분양가 12억원 초과 주택들이 나올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시장에 온기를 더할 것으로 봤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맞물려 점차 심화하는 청약시장 양극화는 더욱 고착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청약받은 전국 28개 민간 일반분양 아파트 중 서울 3개 단지는 총 393가구 모집에 2만2401명이 청약해 평균 57대1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경기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각각 1.5대1과 1.1대1에 머물렀다. 수도권 안에서도 지역별 청약 시장 온도 차가 크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청약 경쟁률이 곧잘 나오는 곳들이 생기는 분위기와 맞물려 청약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단지가 더 나오겠지만 효과는 지역에 따라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금액 기준으로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하던 것을 정상화하는 차원"이라며 "분양가 12억원 초과 주택은 대부분 서울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것을 감안하면 폐지에 따른 수혜도 서울 쪽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전용면적 84㎡ 기준 12억원 넘는 분양가로 공급했던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은 1·3 규제 완화 대책 이후 주요 주택형 대부분이 완판됐다. 이런 사례를 볼 때 올해 분양을 예정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이번 대출 규제 폐지에 따른 직접적 수혜를 볼 전망이다. 

이를 통해 서울 청약 시장이 활성화하면 수도권, 지방 광역시 등으로 분위기가 전이되면서 이들 지역 청약시장에도 훈풍이 불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권일 팀장은 "서울과 수도권 쪽에서 괜찮은 청약 성적이 계속된다면 접경지역으로 분위기가 확대돼 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순 있다"며 "다만 수도권 청약시장이 어느 정도 꾸준하게 성적을 이어갈 것이냐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쌓여가는 미분양 주택들은 대부분 고분양가 논란이 있거나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데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팀장은 "고분양가 논란이 있는 단지들은 개별 단지에 따른 이슈가 작동하고 지방은 워낙 양적으로 많아 이를 해소하는 데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규제 폐지를 두고) 서울 쪽에 수혜가 너무 국한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서울, 수도권 쪽에서 미분양이 줄어야 지방도 같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