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82년생 수정씨 이젠 바뀌어야 한다
[기고] 82년생 수정씨 이젠 바뀌어야 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23.03.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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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경기 연천군 미디어콘텐츠과장
 

1982년 12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난 수정씨. 올해로 만 40세인 수정씨는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만 살아왔다. 서울 외 지방은 가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수정씨의 세상은 오직 서울뿐이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 서울은 상전벽해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1982년의 서울과 2023년의 서울은 확연히 다른 도시가 됐다. 당초 수정씨는 수도권의 질서 있는 정비와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태어났다. 수정씨로 인해 지방은 조금이나마 풍요로워졌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수도권 곳곳에는 차별받는 도시가 생겨났다. 수정씨가 세상에 태어난 뒤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쳇바퀴 돌 듯 허우적거렸다. 그 사이 연천군과 같은 소규모 군(郡) 단위 지역은 소멸의 위기에 놓였다. 40년이란 세월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온 수정씨. 수정씨의 또다른 이름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내세우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이다. 특별법안에는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의 지정·운영에 관한 근거가 마련됐다. 성장촉진지역, 특수상황지역, 기업·대학·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의 기본 방향은 유지하되 특구를 마련해 지역의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회발전특구를 통해 지자체와 기업의 상생은 물론 서울 쏠림 현상을 완화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는 명확하다. 저출산 및 고령화, 서울 쏠림 현상으로 지방소멸 위기가 나날이 커가는 상황에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행보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수정법이다. 접경지역 수도권 인구감소지역도 지방 못지않게 지역 특성에 맞는 자생력 확보를 위한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연천군은 이번에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국가균형발전 정책에서 제외될 위기에 처했다. 특별법안 어디에도 접경지역이면서 인구감소지역인 연천군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에서도 권한이양이 비수도권으로 한정되면서 역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을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잣대이자 근본적인 문제인 수정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접경지역 수도권 인구감소지역은 계속해서 역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균형발전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수정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수정법이 제정된 지 40년이 흐른 만큼 서울과 경기 남부, 북부지역의 환경도 40년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하지만 수정법은 여전히 1982년에 머물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으로 분류되지만 수도권보다 접경지역의 성격이 더 강한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인 연천군 등을 위한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연천군의 고령화 지수, 재정자립도, SOC는 비수도권 지역보다도 열악한 상황이다. 여기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등으로 인한 개발 제한은 연천군의 자체 성장동력 마련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정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나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수도권을 억누른다고 지방이 발전하는 시대는 지났다. 서울과 인근 도시를 천편일률적으로 수도권으로 묶는 기준 또한 시대착오적이다. 서울에 살든, 지방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지방시대. 지금이야 말로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지역균형발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기다. 수정씨가 변해야 지방이 살고,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권영민 경기 연천군 미디어콘텐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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