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선거제 개혁', 이번엔 될까… 3개案 총정리
[정치포커스] '선거제 개혁', 이번엔 될까… 3개案 총정리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3.1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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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급물살… 국회의원 300명 모여 논의해
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병립형/연동형 등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가 선거제 개편 관련해 17일 3개의 개편안을 결의안 형식으로 의결하면서 향후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주권자 국민이 '주권'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단연 선거지만 '게임 룰'인 선거제 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아직 미온적이다. 향후 선거제가 어떻게 바뀔지 신아일보가 낱낱이 살펴봤다.

지난 16일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투표지분류기 제작사업 자문회의에서 업체 관계자가 시제품을 작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투표지분류기 제작사업 자문회의에서 업체 관계자가 시제품을 작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선거구제, '승자 독식' 공고화 비판

이날 의결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에 담긴 3개 개편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둘째, 소선거구제+권역별·준(準)연동형 비레대표제. 

현행 제도인 '소선거구제'는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경우 현재까지 '하던 대로' 하면 되므로, 선거제 개편시 우려되는 국민 혼란을 그나마 희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제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현 선거 제도의 가장 큰 폐단으로 꼽히는 승자 독식 구조를 타파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거대 양당 구조 공고화, 특정 지역에 따른 정치색 등 우리나라 정치 특성상 선거에서 '1번' 아니면 '2번'을 찍는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제 개혁의 명분 중 하나는 바로 비례성 강화인데, 거대 양당 구조는 이와 대척점에 선다. 선거제를 개편했어도 큰 틀인 '소선거구제'가 유지되고, 이 때문에 앞으로도 승자 독식 구조가 계속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면 선거제 개편의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다.

◇권역별·병립형 비례제… 50명 늘려

위 두 안은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 비례성을 강화한다.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는 권역별로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전체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 이때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나눠 투표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 21대 국회는 지역구 의원 253명, 비례대표 47석으로 구성됐다. A, B, C 정당이 있다고 치자. 여기서 A 정당의 지지율은 50%, B 정당 45%, C 정당 5% 등이다. 이에 따라 A 정당 23석, B 정당 21석, C 정당 3석 등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다당제 실현 토대를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350명으로 확대하고, 늘어난 만큼을 모두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우자고 제안했다. 즉, 지역구 253석은 그대로고 비례대표 의석이 97석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르면 같은 지지율이라도 A 정당 48석(25석↑), B 정당 43석(24석↑), C 정당 6석(3석↑) 등이 된다. C 정당의 의석수가 늘긴 했지만, 사실상 다른 정당의 의석 수가 더욱 확대되면서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화됐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C 정당 경우 정당 득표율을 끌어올리는 것 말고는 의석수를 늘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김 의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처럼 '전국 득표율'이 아닌 '지역별 득표율'을 기준으로 하는 권역별 선거 제도도 검토 중이다. 

권역별 선거제도는 해당 지역 지지율에 따라 먼저 의석 수를 확정한다. ⓐ지역에서 A정당 80%, B정당 15%, C정당 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치자. ⓐ지역은 인구 비례에 따라 지역구 의원 100명, 비례대표 의원 18석을 배분받은 곳이다.

이 경우 각 정당에게 주어지는 의석수는 A정당 94석, B정당 18석, C정당 6석 등이다. 만일 A정당 94명이 모두 지역구에 당선됐다면 여기에는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되지 않는다. B정당은 6곳에 당선, 12석의 비례대표석을 얻는다. 지역구에 당선 못한 C정당은 6석의 비례대표 자리를 받는다.

김 의장은 만일 병립형 비레대표제를 확정할 경우 지역구 의원이 다시 비례대표 후보로 나올 수 있는 '중복입후보제'도 살펴볼 계획이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준연동형 비례제… 위성정당 주의

준(準)연동형 비례제는 지난 21대 총선 때 도입된 제도다. 사실 , 이번 선거제 개혁 추진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한 의원들의 가장 큰 공감대는 위성정당 사태 재현을 막아야 한단 거였다.

국회는 당시 21대 총선 준비 과정에서 비례성 강화와 다당제 실현이라는 기치 아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키로 확정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상당히 까다롭다.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버려지는 표가 적고,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최소 지지율만 획득하면 된다는 점 때문에 다당제 실현에 일조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하지만 여의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이를 일부 도입하는, 이에 '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서 방정식이 까다로워졌고, 이에 비례대표에 표를 '몰빵'하는 꼼수가 나오면서 위성정당이 생겼다.

특히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당선을 위해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각각 만들어 준연동형제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에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한다면 위성정당 창당 재발을 막는 골자의 '위성정당 방지법'이 국회에서 처리될 걸로 관측된다. 

사실상 위성정당은 제도가 아닌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막는 법을 만들지라도 또 다른 꼼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 취재과정에서 한 의원은 이를 강조하며 거대 양당의 정치적 결단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 역시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증원하고, 이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운다는 궤를 같이 한다.

사실상 의원 정수 확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의원정수 확대를 성급히 내세웠다가 반발 여론이 형성돼 선거제 개혁 논의 자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단 우려다. 

그러나 여의도에선 의원정수 확대가 이전부터 논의돼 왔고, 결국 선거제 개편의 숙원 사업이라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

이에 의원정수 확대 관련해서는 세비 및 인건비 동결 등의 내용이 논의 과정에서 함께 병행될 걸로 보인다.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13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13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이탈리아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선거구제… 與 선호 의견 나와

셋째, 중대선거구(도농복합형 선거구)+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는 한 지역구에서 2명 이상, 약 3~5명을 선출하는 제도다. 이는 다양한 인원을 품음으로서 거대 양당의 독식을 견제할 수 있단 데서 높이 평가받는다.

해당 아젠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매체와 진해한 신년 인터뷰에서 거론되며 급물살을 탔다. 그런 만큼 여당도 중대선거구제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개편 경우 당론을 정하기가 지극히 어렵다"면서 "의원들마다 지역구 사정도 있고, 제도마다 장단점도 있어서 비공식적 자리에서 여러 차례 확인해 봐도 생각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다만 "당론이라 할 순 없지만 (전날 의원총회에서)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선호 의견이 좀 많았다"면서 "연동형이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채택해선 안 된다. 그럼 결국 병립형 형태인데, 그중에서도 전국 단위로 하느냐 권역별 단위로 하느냐에 대한 선호가 대충 높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의 말에 따르면 여당 내에서는 세 번째 안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방안은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는 대신 의원 정수를 확대하지 않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도 국민 여론 설득이 조금 더 용이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야당 내에서도 '지역균형 추구'라는 점에서 높이 사는 이들이 있다.

한 야당 의원은 취재 과정에서 도농복합형 선거구제에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이전까지 선거제 개혁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던 건 비례성 강화와 다당제 실현 등인데 이번에는 '지역 불균형 문제'도 이전보다 많이 주목받으며 큰 비중을 차지했단 것이다.

◇300명 모여 선거제 개혁 난상토론

선거제 개혁에 가장 예민한게 반응하는 건 '플레이어'인 국회의원들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가 밝혔듯, 선거제 개혁 뒷면엔 지역이나 여러 가지 이해 관계들이 얽혀 있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일 13개월 전인 지난 10일 선거구획정안과 보고서를 국회에 보고해야 했지만, 논의 절차가 남아 제출하지 못했다. 이 역시 의원들 사이 의견이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단 방증이다.

이에 김 의장이 본인이 먼저 다음 총선 불출마 등 정치적 배수진을 치고 강하게 선거제 개혁의 고삐를 쥐어야 한다는 의견도 곳곳에서 나온다.

한편 국회는 오는 23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한 전원위원회 구성을 완료한다. 전원위원회란 주요 의안의 본회의 상정 전 또는 상정 후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해 의안을 심사하는 회의를 일컫는다.

이어 27일부터 2주간 회의를 열어 각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해 간다는 계획이다. 

전원위에는 앞서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가 결의안 형식으로 채택한 세 가지 방안이 상정된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