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한은 금통위원 "SVB 등 불안 상황에 변수 늘어"
박기영 한은 금통위원 "SVB 등 불안 상황에 변수 늘어"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3.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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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우선 고려"
"금융당국의 은행권 금리 산정 개입 근거 있어"
"과점체제로 인해 이자 얼마나 늘었는지 연구 부족"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개인적으로 올해 피벗(pivot,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6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물가가 한은의 목표대로 흘러가는 2%대를 기록할 경우 금통위가 금리 인하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박 위원은 “물가 경로가 목표수준인 2%대로 가면 좋겠지만, 근원물가를 좀 더 주의깊게 필요가 있다”며 “3월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만약 떨어진다 하더라도 이는 기저효과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3월에 있었던 물가상승 요인이 올해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 브레이크 포인트라고 보거나 물가가 꺾인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물가목표제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하지만 당분간은 근원물가가 더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비근원 물가가 많이 떨어져 줄까 생각해 보면 예전처럼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최근 불거진 실리콘밸리은행(SBV) 파산 사태에 대해서는 “교과서적인 원칙을 놓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처음에 이 소식을 들었을때는 안전자산인 국채나 주택시장 MBS를 많이 보유한 은행이 망했다는 점에서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며 “막상 들여다보니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은 단기자금을 장기자금으로 바꾸는 기관인데 이 부분과 관련해 노출이 됐고, 이자율에 대한 헷징(위험회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SVB 파산과 크레디드스위츠(CS)의 유동성 위기 등 최근 글로벌 은행에서 발생한 불안 상황으로 인해 기준금리 결정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일주일 동안 5차 방정식이 7~8차 방정식으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난 기분”이라며 “이같은 미지수로 인해 또 다른 미지수가 생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금융 불안이 내달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한은의 책무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박 위원은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 금리 산정 등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근거가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은행이 하는 역할들은 지급결제서비스처럼 공공성이 있고, 망했을 경우 시스템 리스크 크다”며 “이 때문에 은행업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허가되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과점이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이 시장지배력을 오용해 금리를 높게 산정하거나 한다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금리산정이 적절한지, 과도하지 않은지 등을 살펴볼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박 위원은 “현재 과점체제로 인해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확실히 입증할 만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위원은 이날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한은의 대중 소통에 대한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위원은 “중앙은행은 과거 ‘never explain(절대 설명하지 마라)’ 입장을 견지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 소통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최근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활용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통적인 미디어의 비중이 압도적이므로 언론의 중개 기능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 보도 내용은 경제적 의사결정과 밀접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중앙은행의 소통방식에 영향을 받는 만큼 통화정책 효과 측면에서 우리나라 사정에 적합한 소통 전략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