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혁명-②] 'SVB 파산' 변수…과점 깰 '챌린저뱅크' 신중론 대두
[금융산업혁명-②] 'SVB 파산' 변수…과점 깰 '챌린저뱅크' 신중론 대두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03.1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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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플레이어' 진입 수정 불가피…건전성 리스크 우려
세 차례 은행 제도개선 TF "6월말까지 개선방안 마련"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DB)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DB)

금융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체제 격파를 가시화하면서다. 다만 금산분리 제도 완화와 금융결제망 이용료 시스템 구축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금융당국의 금융권 경쟁 촉진 방안은 금융산업혁명을 불러올 수 있지만 설익혀서는 시장 안착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체제를 허물겠다며 내세운 신생 특화은행 '챌린저뱅크' 도입은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다.

챌린저뱅크 대표 사례로 꼽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특화은행에 대한 유동성·건전성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규 플레이어 진입이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트릴 가능성이 미지수인데다, 취약한 구조로 인한 부실 여파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금융당국의 추진 전략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 소비자 보호 경쟁 촉진 검토 '글쎄'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은행업 인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스몰라이센스', 소규모 신생 특화은행 '챌린저뱅크' 등 은행권 경쟁 촉진 카드는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챌린저뱅크 모델로 꼽힌 SVB 파산 여파가 우려된다.

이날 금융당국은 전일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회의에서는 SVB 파산 영향이 국내에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가운데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 방향 △주요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등을 논의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SVB 사태로 인한 스몰라이센스, 특화전문은행 여파에 대해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이번 TF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은행권 내 실질적 경쟁을 촉진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당초 계획대로 6월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차 회의에서 챌린저뱅크 대표 모델로 SVB를 언급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SVB에 대해 "별도 인가 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특화은행처럼 기능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2차 회의 참석자들은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 적정성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SVB는 자산액 300조원, 대출액 99조원으로 자산 기준 미국 16위 은행이다. 주 고객은 IT(정보통신기술)기업, 스타트업 등이다.

◇무리한 규제 완화 원인…업계 "충분히 준비해야"

SVB 파산은 편중화된 자금 조달과 투자처 구조에 급격한 금리 인상, 무리한 규제 완화가 맞물린 결과다.

실제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압박을 받은 SVB는 보유한 미 국채 등을 매각하며 약 18억달러(약 2조36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이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를 촉발했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에 따르면, 예금주들은 SVB 위기가 처음 알려진 9일에만 420억달러(약 55조2000억원)를 인출했다. 이는 은행 총예금 24%에 달한다.

SVB 현금 잔고는 마이너스 9억5800만달러(약 1조2600억원)로 떨어져 지급불능 상태가 돼 파산을 맞았다.

SVB 파산에는 무리한 금융규제 완화도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 개정을 통해 '글로벌 시스템 중요은행(G-SIB)'으로 분류되는 대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지방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SVB 파산 사태로 금융당국의 은행권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도 대폭 수정돼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인한 신규 플레이어 진입에 대한 한계가 여실히 확인됐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논의에서도 새로운 메기의 진출은 환영하지만 스몰라이센스 도입이나 새로운 플레이어 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짚었다.

이어 "실제 지급결제 등 은행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자금세탁방지, 리스크 방지, 충분한 자금과 결제망, 은행망 확보 등 기본 인프라적인 측면과 리스크 관리 역량, 인력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과연 새롭게 진출할 플레이어들이 이런 인프라를 갖출 수 있을지, 앞으로도 갖춰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40여년간 미국 은행권 메기 역할 해온 SVB도 사실상 편중된 역할에 치우쳐 있다 보니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면서 "역량을 갖추지 못한 메기를 무턱대고 시장에 풀었다가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금융시장, 금융소비자는 물론 나아가 국가 경쟁력까지 리스크가 전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qhfka7187@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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