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日 '전범 딱지' 뗀 尹정부 강제징용 해법
[기자수첩] 日 '전범 딱지' 뗀 尹정부 강제징용 해법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3.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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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노동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얼마 전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일본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배상안 관련, 최근 이같은 입장을 발표해 우리나라 국민에게 큰 공분을 샀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가해자인 일본 정부는 외교적 이익과 자존심까지 챙겼고, 피해자인 대한민국은 국가적 손해와 굴욕감까지 떠안은 상황이다"고 맹비난했고, 이재명 대표는 전날 "돈 몇 푼에 과거사를 팔아넘겼던 김종필-오히라 야합의 재판이다"고 비판했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배상안이 지닌 가장 큰 문제는 역사적 인식도, 금전적 손해도, 우리나라가 북·중·러-한·미·일 군사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아니다. 한국이 일본에게 '리스크 없는' 국제 사회의 문을 열어주는 단초를 마련해줬단 거다.

일본인에겐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가 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속마음과 사회적 규범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를 일컫는다. 본심이 아닐지라도 사회적 규범에 맞춰 일종의 '도의적인 말'을 한단 건데, 이는 일본이라는 국가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다. 

요시마사 외무상의 위 발언은 '강제노동(징용)'이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를 지워버린다. 엄연히 존재했던 국가 폭력임에도 이를 '없던 일'로 만들어 자신들의 과오를 지우려는 태도다. 

일본은 전범국가이고, 이를 부인할 수 없다. 전범국가라는 멍에는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입지를 좁힌다. 일본은 전범국임을 인정해야만 국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 교전권(交戰權)을 가질 수 없단 게 대표적이다. 

이런 일본의 결함 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 건 피해 당사국인 대한민국인데,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이를 해소해 버렸다. '한일 외교 관계 회복'을 윤석열 정부의 업적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이제 일본 입장에서는 '다테마에(사회적 도의)'를 지킬 필요가 없는 셈이다. 요시마사 외무상의 발언도 이같은 논조로 보인다. 이전에는 몇몇 극우 세력에게서 나왔던 소위 '망언'이 이젠 일본 국가 전체로 번지고,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공식 태도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도쿄를 방문한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양국 교류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방일이 한일 간 교류의 교두보가 될 지, 아니면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전범 리스크'를 해소시키는 데 그칠지는 지켜볼 일이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