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속도 줄자 고개 드는 '바닥론'…전문가 "아직 일러"
집값 하락 속도 줄자 고개 드는 '바닥론'…전문가 "아직 일러"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03.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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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아파트값, 10개월 만에 반등…매매량도 1년 전보다 17%↑
급매 소진 후 매도-매수 간 힘겨루기 재개…대외 변수 불확실성도 여전
서울시 송파구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송파구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최근 집값 하락 속도가 줄자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든다. 지난주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은 10개월여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1년 전보다 17% 늘었다. 전문가들은 급매물 소진 이후 매도-매수세 간 힘겨루기가 재개됐고 금리나 경제 상황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도 여전한 만큼 바닥론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을 내놨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4% 내렸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하락률 -0.76% 대비 낙폭을 절반가량 줄였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률은 -0.21%로 9주 전(-0.74%)보다 3분의1 수준으로 낙폭이 작아졌다.

현재 주택시장은 정부가 대규모 부동산 규제 완화책과 소득제한 없이 최대 5억원을 대출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5월 셋째 주 이후 10개월여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전환했고 서초구(-0.01%)도 낙폭을 줄이며 보합에 다가섰다. 지난해 말 70.2까지 떨어졌던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지난주 74.1까지 올랐다.

부동산원은 급매물 위주로 매매 거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선호도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며 완만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매매거래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보면 이날까지 집계된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2만8663건으로 지난해 5월(3만7124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2만4465건)보다도 17.2% 늘었다.

경매시장에서도 몇 차례 유찰된 물건들을 중심으로 참여자가 늘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8.1명으로 지난 2020년 6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일부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응찰자가 몰리는 모습이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그간 침체에서 일부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집값 바닥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값 바닥론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급매물이 소진된 상황에서 대부분 지역에서 호가를 올리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등 매도-매수세 간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고 금리나 경제 상황 등 대외 변수들도 시장 분위기 반전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금융 부실 우려나 미국과의 금리차를 고려하면 아직 바닥론을 거론하기는 이르다"며 "다만 예전이 급락에 가까운 수준이었다면 최근 시장 정상화 과정을 통해 연착륙에 가까운 수준으로 시장이 흘러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도 "바닥을 확인하려면 먼저 미국 기준금리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 변수들이 해소돼야 한다"며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시점까지 당분간 혼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한국은행도 이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조정 국면 진입 후에도 전국 주택가격은 여전히 소득, 사용 가치 등과 괴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높은 지속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주택가격 하락 기대 심리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주택가격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국면전환(regime switching) 모형'을 통해 살펴본 결과 주택가격 하락기대 국면이 앞으로 약 10개월 정도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