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AI·ESG 전문가 영입…게임업계도 리더십 재정비
국내 주요 상장기업들이 이번 주부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다. 최고경영자(CEO)를 재선임하며 리더십을 재정비하고 신사업을 위한 정관수정과 사외전문가 선임 등도 실시된다. 재계에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모비스 사내이사에 재선임되고 조현민 한진 사장은 등기이사로 처음 오를 예정이다. IT업계에선 KT가 정권의 반대에도 윤경림 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올려 눈길을 끈다.
◇재계 ‘경영진 재선임’, 책임경영·리더십 강화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5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한종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의 안건을 다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안건은 이번 주총에 오르지 않는다. 아직 사법리스크가 남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오는 22일 열리는 제46기 현대모비스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될 예정이다. 정 회장의 재선임은 신속한 결정으로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SK(주)는 최태원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장동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또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장 부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SK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SK는 장 부회장이 6년간 SK대표로 재임하면서 ‘투자전문회사로서 비전을 수립하고 기업가치 증대해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2018년부터 CFO를 맡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17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정기주총을 열고 최정우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측근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신임 사내이사 후보에 정기섭 사장, 김지용 부사장이 올랐고 재신임 사내이사로 유병옥 부사장이 추천됐다. 최근 KT 구현모 대표가 외부 압박에 연임을 포기한 것을 거울삼아 우호적 인사들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23일 주총을 열고 오너일가 3세 조현민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조 사장은 지난 2018년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후 1년 만에 2019년 사회공헌활동과 신사업 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복귀했고 2020년 마케팅 총괄 신규 임원, 2021년 부사장,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2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을 확정한다. 신규 사내이사엔 유종석 안전보건총괄 부사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22일 쌍용차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돼 책임경영을 이어간다. 곽 회장은 쌍용차 인수 이후 미등기 회장으로 지냈다. 쌍용차는 이번 주총에서 사명을 변경한다. 새 사명은 'KG모빌리티'다. 사명 변경 안건이 통과되면 지난 1988년 이후 35년 만에 쌍용차 이름은 사라진다.
◇ IT ‘신사업 진출·전문가 영입’…KT, 윤경림 CEO 선출안 표대결
IT업계는 신사업 진출, AI·ESG 전문가 영입 움직임이 관측된다.
LG전자는 27일 주총을 열고 정관 사업목적에 △기간통신사업 △화장품 판매업 등 신규사업을 추가한다.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특정 기업·장소에 연결성을 제공하는 무선 사설망 사업이 목적이다. 또 뷰티·의료기기 ‘프라엘’ 시리즈와 결합해 사용 가능한 화장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전장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로 자율주행자동차 전문가인 서승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선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28일 주총에서 김용학 연세대 명예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과 함께 김준모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 부교수, 오혜연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등 AI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LG유플러스(17일)는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정관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또 엄윤미 도서문화재단 씨앗 등기이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KT는 31일 주총을 열고 윤경림 사장 포함 사내외이사 후보 선임안건을 올린다. 주주총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진 불확실하다. KT 이사회가 현 정권과 여당의 반발 속에서 윤 사장을 대표이사 후보자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는 불가피하고 2~3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신한은행도 국민연금의 의견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가진 KT 지분은 총 23.49%다. 물론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할 경우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KT 소액주주는 57.36%다.
다만 정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이 구 대표와 윤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정했다. 윤정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가 최근 KT에 사의를 전달했다. KT가 사외이사로 내정한 임승태 KDB생명보험 대표는 자진해서 후보직을 내려놨고 윤정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도 자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넥슨게임즈·크래프톤·컴투스·위메이드 대표 재선임안 상정
게임업계도 리더십 재정비에 나선다.
넥슨게임즈는 오는 24일 주총에서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박 대표는 ‘리니지2’, ‘테라’ 등 히트 게임 개발자로 지난 2013년 넷게임즈를 창업햇다. 넷게임즈는 2018년 넥슨의 개발 자회사로 편입된 후 2021년 넥슨지티와 합병해 ‘넥슨게임즈’로 재탄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7일 주총에서 임승연 사외이사를 신규선임하고 로빈스승훈 사외이사를 재선임한다.
크래프톤은 28일 주총에서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김창한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장 의장은 지난 2008년부터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김 대표는 2020년 대표를 역임해 오는 3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컴투스와 위메이드는 아직 주총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번 주총에서 수장의 연임을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 2021년 3월부터 컴투스를 이끈 송재준 대표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난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이달 28일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