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대부 주택, 흥행 조짐…활성화는 부지 확보가 관건
토지임대부 주택, 흥행 조짐…활성화는 부지 확보가 관건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03.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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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강일3, 평균 경쟁률 40대1…청년 특공은 118대1 넘겨
전문가 "수요 충분…노후 임대주택 재건축 등 활용 가능"
서울시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조감도. (자료=SH)
서울시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조감도. (자료=SH)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된 고덕강일3단지가 사전 예약에서 평균 40대1, 청년 특공은 118대1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풍부한 주변 인프라 등 입지 경쟁력과 주변 월세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 등이 인기 요인으로 평가된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수요층은 충분하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 등을 통한 부지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8일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마감한 서울시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아파트 500세대 사전 예약에 총 1만9966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39.9대1을 기록했고 75호 모집에 8871건이 몰린 청년 특별공급은 118.3대1로 단지 내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공급(67대1)과 신혼부부 특공(14.6대1), 생애최초 특공(11.8대1)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59㎡(이하 전용면적 기준) 500세대 규모 고덕강일3단지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축물은 수분양자가 소유하는 공공분양주택이다. 최장 80년(40년+40년)간 거주할 수 있고 공공에 되팔아 일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SH는 오는 5월 착공해 2026년 8월 본청약, 2027년 3월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며 공정률 90% 시점에 본청약을 진행하는 후분양제를 적용한다. 본청약 시점 추정 분양가는 3억5540만원, 추정 토지임대료는 월 40만1000원 수준으로 책정했고 사전 예약 당첨자는 이달 23일 발표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과거 세 차례 공급된 바 있다. 참여정부 때인 2007년 10월 경기 군포시에 공급된 군포부곡휴먼시아는 389가구 모집에 단 40명만 청약해 실패했고 나머지 물량은 2009년 6월 일반분양으로 모두 전환됐다. 당시 군포부곡휴먼시아의 분양가와 토지임대료는 84㎡ 기준 1억5480만원, 월 42만5000원 수준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들어 2011년 10월 LH서초5단지와 2012년 11월 LH강남브리즈힐이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됐고 이들 단지는 각각 8.5대1, 3.8대1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84㎡ 기준 최초 분양가와 토지임대료는 LH서초5단지가 2억460만원에 월 45만2000원, LH강남브리즈힐이 2억2230만원에 월 35만3000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고덕강일3단지 흥행과 관련해 풍부한 주변 인프라 등 입지 경쟁력과 주변 월세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과거 강남권 등 입지 경쟁력이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성공했다"며 "입지도 좋고 토지임대료를 포함해도 3억5000만원에 월 50만~60만원 정도인 주변 아파트 월세보다 저렴한 데 집값이 오르면 건물 상승분은 가져갈 수 있는 메리트가 있으니 안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연구위원도 "토지임대료와 수익 공유 등을 적용하더라도 일반 청약이나 기존 아파트 매매보다 목돈이 적게 들어 서울에서의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고덕강일3단지 흥행 성공을 바탕으로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이 활성화될지에 대해서는 부지 확보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서울에서 주택을 지을 국공유지와 신규 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 등을 통한 부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민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매력 요인이 있다"며 "기존 공급했던 임대주택들이 노후화되고 있어 이를 재건축하는 이슈가 있는데 이를 통해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할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SH는 앞으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추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