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T는 누구의 것입니까
[기자수첩] KT는 누구의 것입니까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3.0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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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차기 CEO(최고경영자) 후보 선출에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 지원자 33명을 4명으로 압축한 결과’에 대해 “KT 출신 전·현직 임원만 통과시켰다”며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또 “KT 내부에서는 구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을 세우고 2순위로 신수정을 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혁신하려면 외부 인사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지적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조직 내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나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이 합심해 KT 이사회의 인선결과를 부정한 셈이다.

정부가 나서서 한국 최대 통신기업 KT의 앞날을 걱정해주는 것 같지만 주주들은 불편하다. 대통령부터 정치권까지 합심해 민간기업의 대표 선출에 부당하게 관여한다는 이유에서다.

KT이사회는 지난해 구현모 사장을 차기 CEO 후보에 올리기로 결정했지만 국민연금이 두어 차례 반대해 공개경쟁 방식으로 전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소유 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나마 국민연금의 개입은 정당하다. KT의 최대주주이고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도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 등에게 투명하게 보고토록 하는 지침이다.

다만 정치권까지 나서자 KT 주주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정권과 정치인들이 민간기업에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경영과 시장에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한 주주는 “주주 입장에선 주가 올리고 배당 많이 주는 CEO가 최고인데 (현 대표를) 억지로 끌어내리고 연기금까지 동원해서 경영에 차질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권이 KT를 아직도 국영기업으로 착각하는 걸까. KT는 민영화 된지 20년이 넘은 민간기업이다. 소액주주(개미) 지분율이 57% 이상이다. KT 최대주주 국민연금 지분이 8.53%인 점을 감안하면 개미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을 정권의 압박용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