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뒤늦은 납북자 피해자 구제
정부, 뒤늦은 납북자 피해자 구제
  • 신아일보
  • 승인 2006.07.1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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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피해자 구제·지원에 관한 법률안’ 입법예고
통일-행자부, 정전협정 이후 납북자와 가족 대상

내년부터 정부차원의 납북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피해구제가 이뤄진다.
통일부와 행정자치부는 19일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이후 납북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피해구제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체결 이후 납북피해자 등의 구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한다.
이에 대해 납북자 가족들은 “노력은 인정한다”고 환영하면서도 “심의기구에서 당사자들이 배제돼 있고 법안에 재산 환수 부분이 빠져있어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될지 우려된다”며 다소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납북피해자들은 북한을 자극치 않으려는 정부의 무관심 및 침묵, 북한의 ‘자진월북’ 주장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더욱이 남북이 팽팽히 대립하던 시기에는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로 고통을 당해야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실적으로 납치 행위자인 북한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정책적 판단과 국민 화합을 도모하는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이같은 법안을 마련한 것.
법안은 납북자 생사확인과 송환, 상봉 추진을 국가적 책무로 규정, 인도적 차원과 자국민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추진토록 하고 있다.
법안에 의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정전 후 납북자로 한정되며, 귀환납북자 역시 3년 이상 북한지역에 있다 돌아온 경우로 제한됐다.
전시납북자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만큼 전후납북자와 발생배경과 성격이 다르고 대상파악이 명확치 않은 점, 전시 상황에서 일어난 다른 민간인 피해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 제외됐다. 전시 납북자 관련 입법은 실태상황 등을 파악한 후 차후에 협의할 방침이다.
미귀환 납북자 가족과 3년 이상 납북됐다가 돌아온 납북자 가족은 납북기간, 생계 유지 상황 등을 참작해 피해구제금을 받게 된다. 납북자 가족에는 납북 당시 납북자의 배우자(사실상의 배우자 포함)와 직계존비속, 형제 자매를 포함한다.
아울러 귀환 납북자는 △의료보호 △생활지원 △북한에서 이수한 학력 인정 △북한에서 취득한 자격 인정 △주거지원 및 직업훈련 △교육지원 △재정착 교육 △정착금 지급 등의 남한 내 정착을 돕는 방안이 마련된다.
또 납북과 관련, 고문폭력 등 부당한 국가 공권력 행사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은 납북기간에 관계없이 피해 당시의 월급, 잔여 취업기간,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한 보상이 이뤄진다.
그러나 이적행위를 한 귀환납북자는 지원대상에서 배제됐다.
정부는 이와 관련 납북자 문제의 실태를 파악하고 납북피해자 해당 여부와 피해구제에 대해 보상 여부를 조사·결정할 ‘납북피해 구제 및 지원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한다.
피해규제금 규모는 실태조사 후 대통령령으로 정해지며, 공청회, 규제심사 등을 거쳐 올해 안으로 정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납북피해 규명할 수 있는 당사자들 배제돼 이들의 목소리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현재 정부는 전후 납북자가 3790명 가운데 3305명이 귀환해 485명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납북’ 사실관계 규명에 있어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문서 등의 미비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법안에 대해 “피해구제금의 성격은 국가의 부작위 의무에 대한 배상이나 보상이 아니다”라고 못박고 있다. 즉, 납북 자체에 대한 책임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송환이 방치되는 등 납북 지속에 대한 가족들의 구제책이라는 것. 따라서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가 교묘하게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납북 당시 피해자가 소유한 재산과 관련된 부분이 제외돼 환수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납북자 가족들은 납북자 문제의 실태를 파악하고 피해구제에 대해 보상 여부를 조사·결정할 ‘납북피해 구제 및 지원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납북자 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정부가 그동안 납북피해자들을 소홀히 대했으나 이를 개선하려 노력한 점은 인정하지만 미약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최 대표는 “실질적으로 납북피해를 규명할 수 있는 당사자들이 배제돼 이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면서 “보다 정확히 심의하려면 피해자 가족과 납북 관련 인권위 관계자 및 시민단체 회원이 반드시 구성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업 도중 납북된 경우 등 납북 당시 소유한 재산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부분이 배제됐다”며 “환수해야 마땅한 사유재산인 만큼 이 부분이 추가적으로 보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