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새판짜기⑮] 새 역사 쓴 bhc 박현종, 글로벌 정조준
[유통 새판짜기⑮] 새 역사 쓴 bhc 박현종, 글로벌 정조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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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DNA' 임금옥 대표와 콤비 이뤄 독자경영 10년만 치킨 1위
아웃백 인수 승부수, 매출 '1조 클럽' 입성…해외사업 확장 '시동'
bhc그룹의 박현종 회장. [사진=bhc, 편집=고아라 기자]
bhc그룹의 박현종 회장. [사진=bhc, 편집=고아라 기자]

bhc는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1위와 함께 그룹 연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하며 국내 대표 외식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삼성전자 출신의 박현종 회장, 임금옥 대표 간 ‘콤비 경영’으로 독자경영 10년 만에 이뤄낸 값진 성과로 평가 받는다.

박 회장은 ‘2030년 그룹 연매출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올해 내수를 넘어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 시동을 건다. 주력인 bhc치킨이 선봉장이다. 

◇라이벌 제치고 치킨업계 최강자 발돋움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수년간 치킨 프랜차이즈 2위에 머물렀던 bhc가 지난해 교촌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개별 기준 bhc 매출액은 5075억원으로 업계 첫 5000억원 돌파라는 성과도 얻었다. 이전까지 1위였던 교촌은 4989억원을 기록했다. 박현종 회장이 2013년 BBQ치킨을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로부터 bhc를 분리하고 독자경영 10년 만에 업계 최대 치킨 브랜드로 키운 것이다. 

bhc치킨은 ‘별하나치킨’이 전신이다. BBQ에 매각 당시 매출액은 600억원대 수준으로 업계 7~8위였다. 이후 2015년 매출 1000억원 돌파에 이어 2019년 3000억원, 이듬해 4000억을 잇달아 넘어서며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 치킨 최강자로 발돋움했다.  

업계 안팎으로 박현종 회장, 임금옥 대표 콤비 경영이 지금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이 많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임 대표는 박 회장의 러브콜로 2017년 CEO(최고경영자)로 영입됐다. 박 회장과 임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 특성상 가맹점이 돈을 버는 구조가 될 수 있도록 매년 신제품 2개 이상 출시를 약속했다. 실제 2014년 ‘뿌링클’, 2015년 ‘맛초킹’ 등 지금의 bhc를 있게 한 스테디셀러는 물론 2019년 ‘골드킹 콤보’, 지난해 선보인 ‘치퐁당 후라이드’, ‘레드킹 폭립’ 모두 이 같은 원칙으로 가맹점 수익 제고에 힘을 보탠 효자 메뉴다.

임금옥 bhc 대표이사. [사진=bhc]
임금옥 bhc 대표이사. [사진=bhc]

이들은 또 노후 가맹점을 중심으로 튀김기, 냉장·냉동고 인프라 확대와 같은 점포 환경 개선에 신경을 쓰면서 코로나19로 급증한 배달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일 능률’을 높인 것도 지속 성장의 또 다른 이유다. 본사에서는 ‘페이퍼리스(Paperless)’ 프로젝트를 도입해 불필요한 수작업과 중복업무·회의, 자료 등을 전산 대체했다. 물류창고와 가맹점을 오가는 배송차량에는 신선도 유지를 위한 설비투자와 함께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해 가맹점주가 식자재 배송상황과 도착시간을 예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M&A 전략 주효…종합외식기업 자리매김

박 회장은 외식 포트폴리오를 늘리며 ‘종합외식기업’으로 나아가려고 애썼다. 한우전문점 ‘창고43’을 비롯해 ‘족발상회’, ‘큰맘할매순대국’, ‘그램그램’ 등 외식사업을 순차적으로 확장했다. 다만 bhc를 제외하곤 각각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아 고민이었다. 박 회장은 M&A(인수합병)로 브랜드 파워를 갖춘 브랜드를 물색했고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국내 최대 스테이크하우스 브랜드 ‘아웃백’을 인수하며 종합외식기업으로서 구색을 확실히 갖추게 됐다. 

아웃백 인수 후 운영 초반에는 가격인상, 메뉴 맛·중량 저하 등의 논란에 시달렸다. 박 회장은 품질·서비스 제고, 전국단위 매장 확대, 리로케이션(이전 출점) 전략으로 이 같은 리스크에 정면 승부했다. 아웃백은 지난해 매출 첫 4000억원을 넘어서면서 bhc와 함께 핵심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았고, bhc그룹이 지난해 연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할 수 있게 된 최고의 성장 동력이 됐단 평가를 받았다. 박 회장의 승부수가 제대로 빛을 발한 것이다. 

박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미국의 대형 햄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를 국내에 들여와 프리미엄 버거 시장 경쟁에 참전했다. 슈퍼두퍼는 항생제 없이 방목 사육한 쇠고기를 주재료로 한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다. 슈퍼두퍼가 미국 외 다른 국가로 진출한 건 한국이 처음이다. 서울 최대상권 강남에 둥지를 튼 슈퍼두퍼 한국 1호점은 오픈 2주 만에 2만개 이상 버거가 팔릴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bhc에 2021년 인수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고척아이파크몰점. [사진=아웃백]
bhc에 2021년 인수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고척아이파크몰점. [사진=아웃백]

박 회장은 향후 아웃백 사업 다각화와 대형 M&A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해외로 눈을 돌려 2030년까지 연매출 3조의 글로벌 종합외식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해외사업은 bhc를 중심축으로 둔다. bhc는 2018년 홍콩 몽콕점을 출점한 지 약 4년 만인 지난해 11월 마스터 프랜차이즈(MF) 방식으로 말레이시아 1호점을 냈다. 올 2월에는 북미 1호점 LA 파머스 마켓점을 오픈했다. 상반기 중에는 싱가포르 진출이 예정됐다.

◇잇단 소송, 폭리 의혹…리스크 관리 '관건' 

일각에선 bhc그룹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박 회장과 임 대표가 외연 확장 못지않게 경쟁사 소송, 가맹점 폭리 의혹과 같은 리스크 관리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또 다른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 

bhc는 모기업이었던 제너시스BBQ와 10여년에 걸쳐 20건이 넘는 소송으로 지루한 법정싸움을 하고 있다. 각 사건마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소송 결과가 나올 때마다 ‘치킨 전쟁’ 이슈가 반복되고 있다. 한 지붕 가족이었던 두 치킨 기업의 오랜 다툼은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 가맹사업 확장에도 일정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전반으로도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가맹점 ‘튀김유 폭리’와 경쟁사 대비 3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 또한 bhc를 곤란하게 만드는 이슈거리다. bhc의 영업이익률은 32.2%(2021년 개별 기준)로 경쟁사 교촌의 약 6배에 달한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18%)보다 높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가맹점 공급 튀김유(해바라기유) 가격을 60%가량 올렸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동일한 튀김유를 공급했던 다른 외식기업의 인상률 대비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 대표가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가맹점과 상생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bhc그룹 관계자는 “독자경영 10주년인 올해 ‘함께, 같이 더 큰 내일을 위한 도약’을 목표로 본사와 가맹점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획 열여섯 번째 기업으로 셀트리온을 살펴볼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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