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인을 움직이게 하라
[기자수첩] 노인을 움직이게 하라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03.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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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하철 운영기관들의 운영비 적자를 들며 대중교통 인상 카드를 꺼내자 적자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던 노인 무임승차제가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서울시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300원 또는 400원 요금을 인상하는 안을 확정한 뒤 4월 적용할 예정이었다. 고물가로 인해 가중되고 있는 서민 가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부 주문에 시기를 하반기로 미룬 상태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위한 행정절차는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어 연내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에만 발생한 지하철 운영적자는 1조2000억 원, 버스 6600억 원이다. 지하철과 버스를 합쳐 매해 1조 원을 훌쩍 넘는 적자가 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무임승차제도가 지속되는 상황에 요금이 8년째 동결되면서 적자가 불어났다. 물가가 상승하고 인건비가 늘어난데다가 노후화된 지하철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커지고 있는 상태다.

지출금은 많아지는데 각종 철도 개발로 지하철 이용객은 감소하는 추세로 지출과 수요의 엇박자가 나고 있다. 8년간 버텨온 서울시는 더는 적자 구조를 극복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해 인상안을 추진하게 됐다.

이 같은 결정에 무임승차제도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무임승차제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 이상 노년층에게 요금을 전액 면제해 주는 제도다. 1984년 제도가 시행됐을 때만 해도 고령층 비율이 적어(4%) 이슈가 안됐지만 2000년대 고령화사회(18%)로 접어들며 도시철도 적자가 두드러지자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무임승차제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반대 의견도 타당한 부분이 있으나 단지 ‘적자 원인을 없애면 된다’라는 식의 단편적으로 판단할 계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노인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한다. 이들이 자주 가는 지역의 상권은 성업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노인들이 단골로 가는 시장이나 음식점, 터줏대감으로 있는 무명의 장소는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아 관광객들을 끌어모은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시장데이트가 대표적이다. 도심을 벗어나 멀리 희소성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 노인들이 몰려있는 타운은 구미가 당기는 목적지가 아닐 수 없다.

지자체에서 천원택시, 무료버스를 운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화해 노인들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벌어들이는 이익이 결과적으로 더 크다는 판단이 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임승차제는 노인에 대한 보편적 복지 제공이라는 가치에서 벗어나고도 여러 사회적 구조와 엉켜있기 때문에 섣불리 함부로 터치할 사안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개선점은 찾되, 제도 자체의 존폐를 논하지는 않는다.

고령화사회가 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무임승차제에 대한 개선점을 살펴볼 때다. 무임승차 나이를 현 65세에서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전국 지하철공사들의 요구도 검토될 수 있겠다. 프랑스나 미국, 독일과 같이 출퇴근 시간은 이용을 자제토록 하거나 지역별·주별·소득별·시간대별 요금을 50% 이상 할인하는 방안도 좋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노인을 배제하기보다 함께하는 슬기로운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