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본주의가 바꾼 세탁
[기고] 자본주의가 바꾼 세탁
  • 신아일보
  • 승인 2023.03.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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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런드리 서경노 대표
 

지난 2000년 개봉한 영화 '박하사탕'의 명대사였던 '나 이제 돌아갈래'는 과거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주인공의 외침이었다. 

최근 이와 같이 과거로 돌아가야 할 부분이 있다. 빠르게 성장해서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그 만큼 잃은 것도 많은 세탁이다. 

국내 세탁시장 규모가 드라이클리닝과 물빨래를 포함해 내년에는 5조7000억원으로 성장이 예상되고 2028년에는 7조2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같은 세탁 시장의 성장에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이 자본주의다. 인류의 역사에서 세탁과 옷을 빼놓고 우리의 삶을 설명할 수 없듯이 옷이 변화하면서 세탁의 정의도 변화됐다. 오래전 옷의 가장 큰 목적이 '가리'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몸을 보호하고 옷을 통해서 자신의 성향까지도 드러낸다.

과거 옷을 만드는 주원료가 나뭇잎부터 동물의 가죽 그리고 마와 면이었다면 1차산업 시대였던 19세기부터 지금까지 경제적 발전으로 옷도 나일론, 레이온 등 합성섬유로 급격하게 발전됐다.

옷은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체를 보호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 옷을 세탁하는 방법 때문에 자연 폐해까지 끼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미 폐해를 만들고 그 폐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크나큰 노력까지 필요한 시점이 왔다.

삶의 방법이 바뀌는 인류사에서 동시에 바뀐 것이 세탁 방법이다. 세탁기의 발명이 인류역사상 위대한 발명중 하나로 꼽히지만 세탁 과정 중 어떤 세제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우리가 모르는 경제가 녹아 있고 그 시대의 자본주의까지 볼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 빨래는 빨래터에서 방망이로 옷을 때리고 물만 사용해서 세탁을 해왔다. 하지만 경제 발전과 옷의 변화에 따라 세탁하는 장소도 변했다. 물을 사용하는 빨래터에서 석유계 용제를 사용해 드라이클리닝을 하는 세탁소로 그리고 다시 물을 사용하는 빨래방으로 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물을 사용하는 것에는 변화가 없지만 시대적 변화에 따라 세탁 용제에는 계속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빨래터에서는 물과 잿물(천연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많은 세탁소에서는 석유계 용제인 퍼크로, 솔벤트, 하이드로카본과 같은 이름에서도 풍기는 인공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에 반해 물을 사용하는 웻클리닝 빨래방은 물과 친환경 가정용 세제를 사용하기에 석유계 용제 보다는 더 친환경적이다.

석유계 용제인 기름은 산업화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우리의 옷을 드라이클리닝(블렌딩된 석유화합물)이란 멋진 영어이름으로 세탁해왔지만 이젠 기회주의적이고 자본적인 드라이클리닝이 오염시킨 환경을 거두고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에 맞는 세탁방법이 필요한 시기다.

자본주의가 바꾼 세탁이 다시 친환경으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우리가 관심을 갖고 동참을 통해 자본주의가 바꾼 세탁을 변화해 나가야한다.

/ 서경노 코리아런드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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