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무역업계가 ‘수출플러스’ 달성을 추진한다. 이들은 법인세, 에너지 비용 부담, 인력난 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무역협회는 20일 부산 무역회관에서 정만기 부회장 주재로 ‘제1차 수출 확대를 위한 부산·울산·경남 무역업계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역 수출 기업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와 규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는 이남규 한국무역협회 부산기업협의회장, 임종일 울산기업협의회장, 노은식 경남기업협의회장을 비롯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수출 기업인 20명이 참석했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수출 부진은 세계 공통된 현상이나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부진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는 우리 수출 산업이 중간재 위주로 구성돼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기업 규제 확대 등 영향으로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이 2.8%까지 떨어지면서 야기된 수출 산업 기반 약화에도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공장 가동 어려움 △무역 금융 한도 조정 △인력난 △신산업 육성 제도 개선 등에 관한 애로를 개진하고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 도시가스 요금이 지속 상승해 기업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 상승은 전년 대비 약 180∼190% 증가한 반면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 상승률은 30∼40%에 그쳤다. 기업은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의 인상폭을 가정용 수준으로 안정화 시켜줄 것을 건의했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유럽 각국과 미국은 최대 시설투자 대비 30% 세액 공제 등 집중 지원 중이나 한국은 세액공제가 1%에 불과하다”며 “미래차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이에 시설투자 대비 30% 세액공제 혜택을 줘야 국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견기업들은 완성차 업체로부터 정교한 설비투자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상승 등으로 이러한 시설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중소·중견기업이 공격적 투자를 통해 차세대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국책 금융 기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며 과거 지원 기준이 아닌 보다 완화된 미래 지향적 기준을 적용해 기업 지원에 나서주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바이어가 요구하는 선수금 지급 보증 시 거래 은행은 선수금 지급 보증액을 대출로 간주해 실제 대출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대출 한도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선수금 지급 보증액을 대출 한도에서 제외하는 등 제도 개선이 없는 경우 수주물량을 자칫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무역보험과 관련해 “수출 기업이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수출 계약을 담보로 금융을 제공받는 경우 기업 평가 시 모기업뿐만 아니라 계열사도 평가한다”며 “계열사 대표의 과거 신용 불량이 모기업 신용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준 사례가 있는 만큼 계열사를 제외한 해당 수출 기업에 대해서만 신용평가를 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현재 수소 전문 기업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중소·중견기업이 맞추기에는 어려운 기준”이라며 “아직 산업이 초기 단계여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는 제품 수요 부진, 공급 과잉, 유가상승 등 3중고를 겪는 가운데 화평법·화관법 시행에 따른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며 “특히 0.1톤 이상 신규 화학 물질을 개발해 등록할 경우 개발한 기업이 등록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해 제조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수출 단가는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제품 개발 동기를 떨어뜨려 화학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며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을 기존 화학물질 등록과 동일하게 연간 1톤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간담회 참석 기업은 인력 애로를 호소했다. 지방 청년 인구 감소로 인력 수급은 매우 어려워 외국 인력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비전문 취업비자(E-9) 소유 외국인 근로자는 최대 4년10개월까지만 체류가 가능하고 계약 연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출국 후 한 달 뒤 재입국을 해야 해 인력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무역업계는 “외국인 숙련 인력에 대해서는 10년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체류 기간 연장 요청을 건의한다”며 “지난 12월 정부에서 발표한 장기근속 특례 제도를 조속히 시행하고 내국인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지방 제조업체를 위한 별도 추가 쿼터를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장기근속 특례제도는 비전문 취업비자(E9) 근로자를 10년까지 장기 체류가 가능한 E7 근로자로 전환하는 제도다.
또한 “근로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고용보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외국 인력 활용 확대, 노인·여성 인력 취업 활성화, 근로 의욕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실업급여 제도 개선 등 노동력 확보를 위한 단기 노력을 기울여가되, 문제의 근원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물론 사회·경제 단체와 시민사회 등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역협회는 회의에서 제기된 애로에 대한 구체적 정책 대안을 마련해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3월까지 경기, 전남, 충청 등 전국에 걸쳐 후속 간담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