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새판짜기⑨] SPC 허영인, 신뢰·안전 경영 '관건'…해외 확장 가속
[유통 새판짜기⑨] SPC 허영인, 신뢰·안전 경영 '관건'…해외 확장 가속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2.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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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업장 사망사고 후폭풍, 허 회장 "1000억 투자 안전시스템 대폭 강화"
2세 주도 글로벌 영토 확대…파리바게뜨 북미 공략, 하반기 말레이시아 공장 준공
지난해 10월 허영인 회장이 SPC 본사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허 회장 뒤에는 황종현 SPC삼립 대표. [사진=SPC]
지난해 10월 허영인 회장이 SPC 본사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허 회장 뒤에는 황종현 SPC삼립 대표. [사진=SPC]

SPC는 지난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녹록치 않은 한 해를 보냈다. 허영인 회장이 ‘안전경영’ 강화를 공언한 만큼 올해는 소비자 신뢰 회복이 최대 관건이다. 또한 외식 포트폴리오가 주를 이루는 특성상 국내를 넘어 글로벌 사업 확장도 중요하다. 글로벌과 신사업을 주도하는 허 회장의 두 아들이 위기 속에서 경영능력을 제대로 발휘할지도 업계 관심이 크다.  

◇안전사고 여론 몰매…"New SPC로 거듭날 것"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가 SPC의 안전경영이 본격 검증받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평택 제빵공장(SPL사업장)에서 한 20대 여성 근로자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 교반기에서 근무하다가 기계 안으로 상반신이 끼여 숨지는 사고에서 비롯됐다. 

허 회장은 다음날 사고 직원 빈소 조문, 유족 사과에 이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비판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파리바게뜨 등 SPC 외식·식품 브랜드 불매에 나셨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사고 경위 파악을 지시하면서 고용노동부, 경찰의 압수수색이 잇달았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SPC의 안전 부실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유족들은 허 회장을 고소했다. ‘제빵왕’ 허영인과 SPC그룹의 최대 위기였다.

허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대국민사과와 함께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의 안전경영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SPC 안전경영의 골자는 △전사적인 안전진단 △안전경영위원회 설치 △안전관리 인력·역량 강화 △직원 근무환경 개선이다.  

SPC는 외부위원 비중을 높여 발족한 안전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안전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비자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내부 직원들의 동요도 상당한 만큼 대내외적으로 자신할 수 있는 성과들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크다. 

올 1월 열린 SPC의 안전경영 선포식 모습. [사진=SPC]
올 1월 열린 SPC의 안전경영 선포식 모습. [사진=SPC]

SPC는 안전경영위원회를 통해 올해 3개 분과별(산업안전확립·노동환경개선·사회적책임이행) 로드맵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실행 과제들을 실천할 방침이다. 산업안전은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안전보건 체계 확립, 안전경영지수 개발·평가 등을 추진한다. 노동환경의 경우 직원 휴식·건강에 초점을 맞춘 행복한 일터 조성이 핵심이다. 사회적 책임이행은 이해관계자들과 신뢰 강화를 위한 소통창구와 생산시설 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황재복 SPC 대표이사는 지난 1월 열린 안전경영선포식에서 “안전경영 체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New(뉴) SPC로 거듭 나겠다”고 공언했다. 

◇허진수·희수 형제 글로벌·신사업 주도

SPC는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쉐이크쉑 등 저마다 각 시장을 선도하는 외식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경기불황 여파로 국내 외식시장은 당분간 침체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PC의 위기 해법은 ‘글로벌’이다. 해외사업 확장으로 지금의 악재를 이겨내겠다는 복안이다. SPC 글로벌 사업은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글로벌 비즈니스유닛(BU) 사장이 주도한다. 허 사장은 지난해 SPC그룹 해외법인 매출 역대 최고치(4500억원)를 이끌었다. 코로나19 첫 해인 2020년에는 3100억대로 주저앉았지만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내면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SPC는 올해 북미·동남아·유럽을 중심으로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 북미에선 지난 1월 미국 뉴저지주에 파리바게뜨 가맹점 100호를 열었다. 파리바게뜨가 2005년 미국 진출 이래 이제는 인지도, 경쟁력 면에서 안정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160여곳의 추가 가맹계약을 기대한다. 올 상반기엔 캐나다 1호점도 연다.

올 하반기 말레이시아의 ‘SPC조호르바루 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 할랄시장을 공략한다. 허 사장은 지난달 말레이시아의 파리바게뜨 1호점 오픈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동남아 시장에 관심이 크다. 중장기적으론 중동시장까지 넘본다.  

허 사장은 지난해 베이커리 본산 프랑스 파리에도 파리바게뜨 매장 3곳을 잇달아 선보였다. 2002년 국내에 도입한 프랑스 샌드위치·샐러드 전문점 ‘리나스’를 역인수하면서 유럽은 물론 북미, 동남아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SPC 2세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글로벌 비즈니스유닛(BU) 사장(좌),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우). [사진=SPC]
SPC 2세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글로벌 비즈니스유닛(BU) 사장(좌),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우). [사진=SPC]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2016년 국내에 들여온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도 싱가포르에서만 9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사업권까지 따낸 후 올해 현지 1호점 출점을 준비 중이다. 

◇그룹 유일 상장사 SPC삼립, 경쟁력 배가 

허영인 회장은 8년 전인 2015년 신년사에서 ‘2020년 매출 10조원 달성’을 공언했다. SPC는 이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6조원대에 머물렀다. 2021년에는 7조원대로 점프했다. 지난해에는 SPC삼립의 ‘포켓몬빵’ 등 포켓몬 효과로 흐름이 좋았으나 SPL 작업장 사고에 따른 후폭풍으로 여론 몰매를 맞으면서 성장이 여의치 않았다.  

올해엔 안전경영, 글로벌 사업 못지않게 그룹 유일 상장사인 SPC삼립의 역할도 중요하다. SPC삼립은 외부 수혈된 황종현 대표가 지난해 대형 악재 속에서도 매출 3조 시대를 열며 그룹 전반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2.5% 늘어난 3조2415억원, 영업이익은 35.3% 증가한 895억원이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황 대표는 지난해 1월 중장기 사업전략·재무목표를 밝히면서 ‘2024년 매출 4조원, 영업이익 11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홈베이킹·가정간편식(HMR)·친환경 및 푸드테크·이(e)커머스 등의 신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해외 수출 확대와 식품유통 전문 자회사 삼립GFS를 중심으로 단체급식 사업을 강화해 회사 전반의 경쟁력을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SPC삼립의 성과가 허 회장의 숙원인 매출 10조원 달성에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번 기획 열 번째 기업으로 쿠팡을 살펴볼 예정이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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