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 잔치' 비판에 당혹스러운 은행권
[기자수첩] '돈 잔치' 비판에 당혹스러운 은행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2.1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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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정부의 ‘은행 때리기’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앞으로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실적을 발표한 국내 은행의 실적 호조와 퇴직금 잔치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는 지난해 16조원에 달하는 실적을 거뒀다. 금융지주 계열 시중은행은 호실적을 이유로 희망퇴직자들에게는 기본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합쳐 1인당 평균 6억~7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동안 이자 장사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해 금리를 낮추고 금융지원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춰왔지만 계속된 비판을 받는 것은 다소 억울한 표정이다.

실제 지난해 연 8%대를 넘나들던 은행 대출금리는 금융당국의 인하 유도와 은행권에 동참으로 안정화된 추세다. 13일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28~6.40%로, 하단은 4%대까지 내려왔다.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의 근거로 지목됐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도 좁혀졌다. 지난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예대금리차는 1.35%포인트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은행권은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례로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5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해 긴급생계비 대출 등의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은행 개별적으로 수수료 면제와 이자 유예·감면 등의 조치를 시행 중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충당금도 넉넉히 쌓아뒀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에서 지난해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5조1033억원으로 전년(3조2509억원)보다 57%(1조8524억원) 불었다.

은행은 국민의 자산을 바탕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데다 경영위기에 빠졌을 시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는 회사다. 그런 만큼 은행의 공공성을 언급하며 공익적 역할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합리적이다.

다만 은행권이 이미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에 보폭을 맞추며 화답하는 모습을 보임에도 지속적인 채찍질을 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