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 "사실관계·법리다툼 충분히 심리되지 못해 유감"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 본안 항소심에서 오너인 홍원식 회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에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연거푸 패소했다. 홍 회장 측은 즉각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차문호)는 9일 한앤코19호가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론 종결 후 피고 측(홍 회장 일가)이 변론재개 신청서를 여러 번 제출했지만 구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변론을 재개할 사유가 없다고 없다. 피고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하면서 홍 회장 항소를 기각했다.
홍 회장 일가와 한앤코는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 직후인 2021년 5월 남양유업 지분 53.08%, 3017억원 상당의 주식양수도계약(SPA)을 맺었다. 하지만 홍 회장은 그 해 9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에게 당초 계약대로 주식을 넘겨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법적 공방전이 시작됐다. 한앤코는 이 과정에서 홍 회장 일가가 주식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시적으로 금지하라는 법원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9월 법원은 주식양도청구 1심 판결에서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홍 회장 측은 즉시 항소를 제기했고 오늘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홍 회장 측은 이번 재판에서도 1심 때와 동일하게 ‘쌍방대리’를 집중 부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대리는 계약 당사자의 법적 대리를 동일한 대리인이 모두 맡아 계약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외 모두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와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중개자 함춘승 씨에게 추천받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한앤코 역시 김앤장의 다른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홍 회장은 김앤장이 양쪽의 쌍방대리였다는 점을 몰랐다는 주장이고 한앤코는 사전에 내용을 알렸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 측은 또 ‘백미당 분사’, ‘가족 예우’ 등 거래 선행조건이 지켜지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이들 쟁점에 대한 홍 회장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홍 회장 측은 이번 판결 직후 상고의 뜻을 내비치면서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건은 대법원까지 갈 전망이다.
홍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이 사건 계약에 있어 원고 측 합의 불이행에 따른 계약의 효력, 쌍방대리 및 배임적 대리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나 법리에 관한 다툼이 충분히 심리되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며 “즉각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