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제', 영양읍 현리 주민들 수백년간 전통적 '맥' 이어
'화산제', 영양읍 현리 주민들 수백년간 전통적 '맥' 이어
  • 홍성호 기자
  • 승인 2023.02.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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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양군 영양읍 현리 마을)
(사진=영양군 영양읍 현리 마을)

경북 영양군 영양읍 현리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마을의 중요행사인 '화산제'를 준비하다. 

농경 시대 산촌 지역에 자리 잡고 살던 옛 조상들의 삶 한 켠 에는 風水地理속 땅에 대한 氣와靈 을 믿으며 살아온 대표적인 풍습처럼 이 곳 영양의 '화산제' 행사도 영양읍 현리 마을 주민들사이에서 수백 년 동안 정월대보름날 어김없이 행해져 온 풍수지리의 한 편린(片鱗)이라 할 수 있다.

'화산제'란 소금 탄 물을 담은 독을 산에 묻어 화기를 막아 내는 것을 말한다.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현재의 영양읍이 원래 현 리에 위치하던 시절부터 시작되어 번창했던 현리가 약 3백여년 전 대홍수로 영양읍 동쪽하원의 산 허리가 터지면서 현 리 들판과 고을을 덮쳐 버리자 새로운 고을을 물색하던 중 현재의 영양읍을 한 명지사(풍수장이)가 적지로 선정했으나 남쪽의 조산과 칼 산이 늘 맘에 걸렸다"고 전한다.

즉 조산은 火山으로 불이 잦을 전망인데다 칼 산은 그날이 영양을 향하고 있어 살인이 잦을 조짐이 있어 그 액을 막으려면 火山에 독을 묻어 火氣를 다지고 殺氣는 그 氣가 뻗혀오는 중간 지점에 산을 쌓아 방패로 해야 한다는 풍수장이의 말을 쫓아 그대로 시행한 것이 오늘날 '화산제'의 유래다.

또한 주민들은 풍수장이의 말을 따라 安東~英陽간 31번 국도변인 영양읍 입구 약 50m 지점에 산을 쌓았고 오늘까지 이를 영양의 당산으로 모시고 있다. 이때 꼭 소금 탄 물을 채우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소금이 가진 소독과 부정 타파의 의미를 강조한 듯 하다.

한편 30 여년 전 화산제의 모습에는 현 리의 위토 9백 여 평과 각 호별로 염출한 기금을 모아 정월 14일 제를 올리고 보름 날은 제주가 산에 올라 독을 열어 보고 물이 마른 독에만 다시 물을 채우는 예를 올리고 있었으나 지금은 시대적인 흐름인 듯  야간이 아닌 주간에 행사가 이루어지는 등 간소화 바람이 부는 듯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산을 두고 火氣와殺氣를 점친 옛 정신에 현대의 느낌을 담기보다는 평안 과 화해를 기원하는 조상들의 마음 씀씀이를 더 헤아려 답습해야 할 행사라 할 수 있겠다.

shho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