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또 천공?'… 대통령실 이전 개입 논란 '들썩' 
[정치포커스] '또 천공?'… 대통령실 이전 개입 논란 '들썩'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2.0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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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 육군 서울사무소 들러"… 대통령실 "고발 조치"
與 "'청담동 술자리' 시즌2" vs 野 "중대한 국정 문란"

정치권에서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정쟁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사진 = 대통령실
서울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 모습.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 용산行… 배후에는 천공?
의혹 제기에 대통령실 강경 대응 나서

"인수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소속 사람과 천공이 총장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에 들렀다는 보고를 받았다."

부승찬 전 국방부 장관의 저서에 담긴 한 마디에 대한민국 정치권에 다시 '무속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를 국민 품에 돌려드리겠다'는 기치 아래 청와대를 나와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했다. 이제 대통령의 집무실은 파란 기와가 있던 '청와대'가 아닌 '용산 대통령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당시 대규모 세금 투입과 안보 리스크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속도를 내며 출범 후 '용산 시대'를 화려하게 개막했다.

대통령실 이전 이후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 당시 대통령실 일대 비행금지구역까지 침범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10.29 이태원 참사 사태에서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 경비 인력의 비효율적 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름철 폭우가 쏟아질 당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 고립돼 초동 대응이 늦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용산 이전' 추진 배경에 역술인 천공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3일 대변인실을 통한 기자단 알림에서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은 국민과의 약속인 대선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수많은 공무원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실행한 것"이라며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 건 공무원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부 전 대변인과 이를 최초 보도한 두 매체 기자를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 고발했다.

대변인실은 이날 "주권자인 국민 앞에 '대통령 관저 이전에 천공이 관여했다'는 중대한 의혹을 제기하려면, 최소한 천공의 동선이 직·간접적으로 확인되거나 관저 출입을 목격한 증인이나 영상 등 객관적 근거라도 있어야 한다"며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고 청와대를 국민 품에 돌려드린 지 이미 9개월이 됐음에도, 여전히 이전 관련된 거짓 의혹 제기만 되풀이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가짜 뉴스에는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대국민 소통 강화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앞서 지난해 12월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천공이) 공관에 나타나고, 그게 이제 육군참모총장실에 보고됐고, 총장, 비서실장 다 알게 된 사실이고 그래서 이 사실을 육군에서만 그냥 퉁치고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고 국방부 고위관계자에게 '사실은 이런이런 일이 있었다'고 상의한 걸로 돼 있다", "정확한 시간은 내가 모르지만 1시간 정도 둘러본 걸로 일단 이야기를 들었다" 등 '천공 관저 개입 의혹'을 제기한 정의당 김종대 전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를 고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尹대통령 지지율, '무속 논란' 영향은
'사실관계 해명' 관건… 선제 조치 필요

한국갤럽이 이날 공표한 여론조사(지난달 31일~이달 2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 오차범위 95%에 신뢰수준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달 17~19일 조사한 직전 조사 대비 2%p 내린 34%, 부정 수행 평가는 1%p 상승한 56%로 각각 조사됐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2달가량 30% 중반대, 부정률은 5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여론조사에는 '무속 논란'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무속 논란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까.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관계 해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천공과 동행했다고 알려진 김용현 경호처장은 자신의 휴대전화 위치를 대조하자거나, CCTV를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아울러 앞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판명된 전례가 있어 현 상황의 '의혹 제기'만으로는 지지율에 큰 타격이 없을 수 있단 해석이다.

그러면서도 '무속 논란'이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불거져 온 만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이번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하지 않을 경우 지지층 가운데서도 일종의 불안 심리가 작동해 윤 대통령의 당권 장악력이 다소 낮아질 수 있을 거란 풀이도 언급했다.

박 평론가는 "이런 의혹이 제기되면 이를 해명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며 "CCTV, 핸드폰 위치 등을 기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이 사실무근이라는 걸 밝히는 과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조기에 기자들에게 (증거를) 다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조기 수습할 수 있다. '말끔하게'까지는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기자들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게 필요하다"고 거듭 피력했다.

대통령실의 고발 조치에 대해서는 "자충수"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에 대해 '언론 탄압', '언론 장악'이라고 발언했던 것과 달리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저서에 실린 공적인 내용을 두고 고발 조치를 하면서 언론과 대립각이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단 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난방비·물가폭탄 윤정권이 해결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난방비·물가폭탄 윤정권이 해결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 "왔다고 들은 걸 들은 걸 들어?"
野 "CCTV나 위치 추적 공개하면 돼"

국민의힘은 '무속 논란'을 가짜 뉴스라고 비판하며 진화에 나섰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지난 정부에서 못 이룬 대통령실 이전을 두고 하다하다 이게 거짓 선동의 선봉에 섰다"며 "대통령 관저 결정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관여했다며 국회 청문회로 부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니, 특정 언론을 통한 거짓 선동도 모자라 국회 청문회와 상임위 등 헌법이 정한 국회의원의 권한까지 남용해가며 국민을 우롱하려는 건가"고 꼬집었다.

양 수석대변인은 "'왔다고 들은 걸 들은 걸 들었다'? '전언의 전언의 전언'을 근거로 한 이 새빨간 거짓 선동에 과연 민주당은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이라도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실 이전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공약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공식적 논의를 거쳤음에도 '역술인이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 건 악의적 거짓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의겸(의원이 제기했던) '청담동 술자리 괴담'의 2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대통령과 그 가족, 또는 주변인들을 향해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고 아니면 그만 이런 식으로 가도록 둬선 안 된다"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나는 확신한다. 여기에 가담하고 이걸 갖다 이용하는 이들은 아마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의혹 제기 후) 몇 몇 분하고 확인했다. 나도 이런 사악을 파악하면서 이에 대해서 판단을 제대로 못 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확신한다. 간단하지 않나. 천공의 핸드폰을 위치추적하면 나올 것 아닌가"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무속 논란' 공세를 펼치는 등 대규모 여론전에 들어갔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의혹을 제기한 뒤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관저 이전이라는 국가적 중대사안의 결정 과정에 역술인인 천공이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안보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서울 시민의 교통 불편을 초래하며, 천문학적 혈세를 쏟아부어서 무리하게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한 배경에 천공이 있다면 중대한 국정 문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보고가 생명인 군 특성상 육군 참모총장에게 허위 보고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론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이 무조건 가짜라고 우기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고발해 입막음을 시도한다고 덮일 문제가 아니다"며 "그럴수록 불필요한 논란과 정쟁만 키우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손바닥에 '임금 왕'자를 쓰고 토론에 나오는 등 무속과 관련된 온갖 구설에 올랐던 대통령 부부라는 점에서 더더욱 투명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천공은 대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마치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행동해 왔지만 대통령실은 천공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고발하며 입막음을 시도했다"면서 "대통령 부부와 천공의 긴밀한 관계에 국민의 의혹과 염려가 두려워서인가.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친명' 정성호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제보와 책에 내용을 썼단 것 아니냐. 그 내용을 보면 상황이 굉장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사실일 가능성이 높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며 "매우 부적절한 상황인데, 대통령에서 당시 CCTV 공개하면 다 나오는 것 아니겠나, 간단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긴 것 자체가 무당공화국으로 갔다고 본다"면서 "사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지금 대통령실에서는 '절대 아니다'며 고발하겠다는데, 대통령실은 무슨 의혹만 제기하면 고발한다"고 비꼬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 국방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해당 의혹을 낱낱이 밝히고 대통령실 등 정부 책임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