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신의 한수' 둘까…한은, 2월 기준금리 조정 '고심'
이창용 '신의 한수' 둘까…한은, 2월 기준금리 조정 '고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2.0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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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확대 위험 줄어…1월 물가 상승세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 조정을 두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일(현지시간)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긴축속도를 조절한 만큼 기준금리 동결 카드를 꺼낼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 다만 고물가와 1.25%포인트(p)로 벌어진 한·미 금리 격차는 부담 요소로 떠오른다.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인상론과 동결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4.25∼4.50%에서 연 4.50~4.75%로 0.25%p 올렸다.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 왔다. 특히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에는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잇단 밟았다.

그러다 연말 들어 물가 상승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자 12월에는 금리 인상 폭을 0.5%p로 낮췄고(빅스텝),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는 더욱 짙어진 물가 상승세 둔화와 경기침체 우려를 고려해 베이비스텝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연준이 속도를 늦추면서 한은도 이달 2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한·미 금리 격차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보폭을 맞출 필요성이 다소 줄었고, 국내 경제 상황을 좀 더 고려할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연 3.50%)와의 기준금리 차이는 1.25%p다. 기존 최대 격차인 1.50%p까지는 아직 숨 쉴 공간이 남은 셈이다. 

더욱이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시기가 다가왔다는 기대가 높아진 만큼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금리 차가 기존 최대 폭을 넘어설 위험성은 당분간 줄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한은이 쉽게 기준금리 동결 카드를 꺼내진 못할 전망이다. 한동안 주춤하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올해 들어 다시 확대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2% 올랐다. 이는 전월 상승률보다 0.2%p 커진 수치다. 물가상승 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이다.

긴축 속도 조절은 물가둔화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지난달 물가가 다시 들썩인 점은 한은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은 금통위 내부에서도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1월13일 개최)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견해는 3대 3 수준으로 나뉘었다.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한 금통위원은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긴축적 정책 기조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결 의견을 내비친 다른 금통위원은 “금리인상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1년 이상 이어온 긴축 기조로 인해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의장으로서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금통위원들 간의 견해가 반으로 갈릴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이런 까닭에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나 동결 여부는 이창용 총재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