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육부의 오답노트
[기자수첩] 교육부의 오답노트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3.02.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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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5년부터 추진하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의 밑그림을 내놨다. 관리 체계를 교육부‧교육청으로 통합해 취학 전 아동의 교육·돌봄 격차를 줄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아동 교육‧돌봄 기관의 관할은 물론 시설 기준이나 교사 자격 기준도 다르다.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관할하고 학교로 분류되는 데 반해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관할하고 사회복지기관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기관마다 아동과 부모들이 체감하는 서비스의 수준이 다르다.

교육부는 수준 높고 균등한 교육‧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유보통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기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간판은 2026년까지 새 이름을 단 보육·교육기관으로 전환한다.

우선 2023∼2024년은 통합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3∼4개를 선정해 운영한다. 2025년부터는 본격적인 유보통합을 위해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기관으로 순차적으로 전환한다.

재정 통합을 위해 특별회계 신설도 검토한다. 특별회계에는 기존에 별개로 집행되던 유치원·어린이집 지원 예산과 유보통합에 필요한 추가 재원이 포함될 예정이다. 교사 처우 개선이나 시설 격차 해소 비용도 추가된다.

교육부의 주장처럼 이원화된 현행 제도는 교육의 질 차이를 낳을 뿐만 아니라 교육‧돌봄 서비스의 정확한 실태 파악을 어렵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보육과 교육과정을 일원화하고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현행 제도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고 굳어졌다는 점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운영 형태와 특성이 다를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자격 취득 과정도 차이가 크다. 유치원교사는 유아교육과 전문대학 이상을 졸업한 학위 소지자가 국공립유치원은 임용 교시까지 합격해야 될 수 있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학점은행 등을 통해 자격증 획득이 가능하다.

월평균 급여도 통상적으로 유치원 교사가 더 높다. 때문에 교사 양성 체계와 처우, 시설기준을 통일해야 과제가 남아있다. 교육부가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하자 일선현장에서는 교사나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만5세 입학’을 추진했지만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좌초됐다. ‘공교육 강화’와 ‘균등한 교육 서비스 제공’이라는 당위성 있는 목표에도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정책은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것을 경험한 터다. 한 차례의 실패 딛고 다시 개혁의 출발선에 선 교육부가 또 한 권의 오답노트가 아닌 모범답안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