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대한상의, 지속가능한 한국 경제 성장전략 제시 '맞손'
한은-대한상의, 지속가능한 한국 경제 성장전략 제시 '맞손'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2.01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회 BOK-KCCI 공동 세미나, 1일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서 열려
최태원 상의 회장 "기업목소리 전달…통화·거시정책 도움되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조사국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한은-대한상의 공동세미나에서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조사국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한은-대한상의 공동세미나에서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과 대한상의가 한국경제를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한은과 대한상의는 공동연구와 함께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어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과 대한상공회의소는 1일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제1회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은과 상의가 지난해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마련을 위한 공동연구 활성화와 공동 세미나 개최에 뜻을 모은 뒤 처음으로 열린 행사다.

행사 시작에 앞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은행이 산업계를 대변하는 대한상의와 같이 머리를 맞대서 우리 경제에 대한 고민을 정례적으로 나누게 된 데에 감사와 환영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대한상의는 세미나를 통해 기업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이며, 그것이 한국은행의 통화·거시 정책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번 세미나 배경에 대해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기, 보호무역주의와 저탄소경제로 전환 가속"을 꼽았다.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공급망 재편과 탄소중립을 비롯해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국제질서의 변화 과정을 살피고, 향후 대한민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또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이후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했던 기존 하나의 시장, 하나의 공급망이 약화하며 보호무역주의가 상당히 강화되고 있다"며 "우리 주요 산업인 반도체나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해서 경제안보가 부각되고 있고 경제안보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서 전략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에너지,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도 중요한 토픽으로 올라와 있다"고 분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한국경제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지금껏 열리지 않았던 시장을 새롭게 개척을 해야한다"며 "친환경, 바이오 등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신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탄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해법을 제시했다.

최태원 회장 환영사에 이어 신현송 BIS(국제결제은행)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세계경제 전망과 글로벌 교역'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신 조사국장은 "실물부문의 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 심화로 기업의 운전자본 조달규모가 크게 확대돼 금융여건이 공급망 고도화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지난해 강달러 현상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 등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달러화 강제는 기업의 달러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켜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고, 거시적으로 수출을 감소시키게 된다"며 "최근 달러화 가치 하락이 수출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만큼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에 이어 첫 번째 세션에서는 연정인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통해 "팬데믹 이후 저탄소 전환이 기후 위기 대응뿐 아니라 글로벌 성장동력 재건의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한상의가 국가별 소득수준과 탄소 배출량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현재 고소득 국가들은 기술 수준 향상과 산업구조 변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도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해 배출량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정인 연구위원은 "저탄소 전환 등 글로벌 경쟁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기존 탄소감축정책 프레임을 저탄소 전환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경제정책 프레임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를 통한 접근보다는 시장에서의 보상과 재정적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한국형 저탄소 경제성장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을 주제발표했다. 

김 국장은 "팬데믹 이후 방역조치 지속,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 차질이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김 조사국장은 우리나라와 가장 큰 교역국인 중국에 대해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공급망 차질은 중간재 공급제약과 비용 상승이 글로벌 교역 위축과 주요국의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중국 리오프닝이 본격화할 경우 세계 경기의 진작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물가 측면에서는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겠지만, 펜트업 수요 확대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해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아울러 김웅 조사국장은 미·중 갈등, 지정학적 긴장 등에 따른 분절화(fragmentation)를 '또 하나의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꼽고, 우리나라의 경우 핵심품목 교역이 미국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주요 원자재 수입의존도도 높아 분절화 심화 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마지막 세션은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금융분과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장용성 교수의 사회로 이용석 SK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박석길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 강태수 한국은행 거시모형부장이 '대전환기의 한국경제, 현재의 위기 극복과 새로운 길의 모색'을 주제로 토론을 펴렸다.

이번 토론에서 기업 측 시각을 제시한 이용석 부사장은 탈 탄소화, 탈 세계화 공급망 블록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 고금리 환경 등을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꼽으며 "기술, 인적 역량 투자를 통한 친환경 사업구조 전환, 미국과 EU의 공급망 구축에 적극적인 참여,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 준비, 금융 변동성을 고려한 현금흐름 관리 등을 통해 기업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을 비롯해 기업, 학계 등 각계 주요 2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한국은행과 대한상공회의소는 앞으로 공동세미나를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 1회씩 연중 2회 정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양 기관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마련하고 국가 경제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국가적 아젠다' 발굴에 힘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