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패자로서 오라니 또 가겠다"… '갈 데까지 가는' 檢 대립
이재명 "패자로서 오라니 또 가겠다"… '갈 데까지 가는' 檢 대립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1.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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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적·부당하나 대선 패배 대가"… 주말 소환 요구
"야당 말살해 檢 독재 정권 장기 집권 꿈꾸는 듯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국회 대표실에서 자청해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국회 대표실에서 자청해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결국 내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거라 생각하고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검찰의 추가 소환에 응하겠단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참으로 억지스럽고, (검찰은) 검찰권을 이용해서 진실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기소를 목적으로 조작하고 있다.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렇게 간절하게 나를 재차 소환하고 싶으면 또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이 대표의 자청으로 열렸다. 검찰이 추가 소환을 시사한 가운데 여기에 관심이 모이자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를 위한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은 견지했다.

그는 지난 소환조사에서 검찰이 일부러 시간을 끌어 추가 소환의 명분을 만들었다고 언급한 뒤 "소환할 목적이 진실을 규명해서 어떤 결론을 내려는 게 아니라, 결론을 내놓고 시간을 끌고 그 결론에 짜맞추기 위해서 사건 내용을 왜곡하고, 수사 자체가 아니라 모욕을 주기 위한, 또 국민적 의구심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 행위를 한 것"이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완벽하게 어긴 거라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공포 정치를 통해서 국민을 억압하고, 야당을 말살하고, 검사 독재 정권 중심의 장기 집권을 꿈꾸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면서 "결국 이 사건은 기소된다. '답정기소' 아니냐"고 토로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추가 소환일로 1월31일과 2월1일을 제시했지만, 추후 변호인 협의를 거쳐야 한단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 대표는 "나도 노는 사람이 아니고, 당무와 국정에 나름 역할도 있고, 미리 정해놓은 일도 있다"며 "가급적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주중에는 일을 할 수 있게 주말을 활용하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고 앞서와 같이 주말 소환을 요구했다.

이 대표와 검찰 사이 대립이 격화한 만큼,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할 거란 관측도 팽배하다. 다만 현재 임시국회 중으로 현역 의원인 이 대표를 구속하기 위해서는 체포 동의안 표결 절차(과반 참석·과반 찬성)를 거쳐야 하는데, 민주당이 169석 거대 야당인 만큼 체포 동의안 통과는 어려울 거란 시각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내가 왜 체포 대상이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혐의에 대한 철저한 증거도 없고, 내가 도망갈 것도 아니고, 주거부정도 아니고, 증거인멸을 하려야 할 수도 없는 상태다. '야당 대표기 때문에 그런 건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표의 오늘 기자회견은 수사 협조가 아니라 수사 결과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겠단 이재명식 정치투쟁 선언"이라며 "이 대표와 관련된 범죄 혐의는 정치 영역이 아닌 사법 영역이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이런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다. 정치 논쟁으로 만든 게 국민의힘 아닌가 싶다"면서 "지금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걸 보면 단정하지 않나.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