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최다' 서울 강서구 아파트값, 계속 '뚝뚝'
'역전세 최다' 서울 강서구 아파트값, 계속 '뚝뚝'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01.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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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책 후 서울 아파트값 4주째 낙폭 준 것과 다른 양상
사기 사건 따른 전세 수요 위축으로 매매가 하방 압력↑
서울시 강서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강서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신아일보DB)

1·3대책 이후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낙폭을 줄여가는 가운데 강서구는 반대로 하락 폭을 계속 키우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서울 자치구 중 역전세 계약이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 강서구에서는 아파트 매매가 하방 압력이 계속 커지는 모습이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23일 기준) 서울 강서구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66% 내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대규모 규제 완화 계획이 담긴 1·3대책 발표 무렵인 이달 첫째 주부터 4주 연속 낙폭을 줄였다. 그러나 이 기간 강서구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은 -0.59%에서 -0.60%, -0.65%, -0.66%로 계속 하락 폭을 키우며 반대 행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강서구 아파트값에 전세 사기 이슈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강서구는 '빌라왕' 사건 등 전세 사기 피해가 주로 발생한 곳으로 전세 수요가 줄면서 전셋값과 매맷값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강서구는 인천과 함께 전세 사기 이슈가 있어 세입자들이 전세를 선호하지 않는 지역"이라며 "전셋값이 약세면 지금 분위기로는 매맷값도 약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호갱노노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강서구 역전세 계약 건수는 1074건으로 이 기간 서울 전체 역전세 계약 9554건 중 11.2%를 차지한다. 역전세는 전세 갱신 또는 신규 계약 시 이전 계약보다 보증금이 줄어든 경우를 뜻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할 수 있어 기존 세입자는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역전세가 늘면서 매맷값을 지지하는 전셋값이 떨어지고 이는 매맷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강서구 전셋값은 지난해 8월 넷째 주를 시작으로 23주 연속 낙폭을 키웠고 지난주 가격은 작년 말 대비 4.93% 하락해 양천구와 용산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내렸다. 같은 기간 강서구 아파트 매매가도 도봉구(-2.67%)와 노원구(-2.54%)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빠지며 2.48% 하락했다.

김인만 소장은 "강서구는 노·도·강과 함께 서울에서 상대적 약세 지역인데 노·도·강 지역은 가격이 빠르게 빠진 반면 강서구는 덜 빠진 경향이 있어 하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서구에서는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마곡동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84.98㎡(이하 전용면적 기준)는 지난 17일 10억9000만원(3층)에 거래돼 2021년 8월26일 기록한 최고가 16억8000만원(7층) 대비 5억9000만원(35.1%) 내렸다. 2021년 9월4일 7억2000만원(8층)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찍은 등촌동 등촌주공2단지 41.85㎡도 이달 8일 2억4000만원(33.3%) 내린 4억8000만원(12층)에 팔렸다. 

전문가들은 강서구 아파트값이 서서히 약보합권을 형성하며 낙폭을 줄이겠지만 강남권 입주 물량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매수심리 회복에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만 소장은 "강서구 아파트값도 전체적인 시장 흐름을 따라가면서 계속 빠지진 않을 것으로 고점 대비 30%선에서 보합을 이룰 것으로 본다"며 "올해는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권이 힘들테니 이에 다른 지역도 큰 폭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서울에서 1·3대책 이후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어 하락 폭이 둔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지만 상승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 침체나 고물가 이슈로 인해 위축된 매수심리가 해소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