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공공지원 민간임대 하자' 국토부 자신부터 살피길
[데스크칼럼] '공공지원 민간임대 하자' 국토부 자신부터 살피길
  • 천동환 건설부동산부장
  • 승인 2023.01.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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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일 하는 국토교통 공무원 중 일부의 눈높이는 여전히 일반 국민과 다른 층에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정부가 어떤 정책이나 대책을 내놓을 때 입버릇처럼 "맞춤형이다", "수요 중심이다" 하길래 '정말 그렇게 되려나?'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김칫국이 담긴 그릇을 턱 밑까지 들어 올렸다가 최근 국토교통부의 행태를 보고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작년 말 화물연대를 굴복시키고 최근 전세 사기와 전쟁을 치르면서 해외 건설 금맥까지 캐러 다니느라 바쁜 원희룡 장관 체제의 국토부가 봤을 때는 너무 사소한 문제 하나가 약 2개월 전 신아일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국토부 누리집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정보를 찾으려고 검색했더니 사이트 1개가 나온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관련 보도자료와 정책자료, 법령정보 등이 검색 결과로 함께 나오긴 하는데 사이트는 최상단에 딱 1개만 노출된다. 이 사이트는 주요 인터넷 포털에서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대표하는 정책 누리집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 사이트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에 관한 어떤 최신 정보도 얻을 수 없다는 거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운영하는 '마이홈' 누리집을 통해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포함한 공공주택 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있다. 마이홈으로 정보를 모으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공공지원 민간임대 전용 사이트는 5년째 정보 갱신 없이 방치했다. 심지어 국토부 담당 부서 관계자는 기존 사이트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신아일보는 지난 12일(온라인 기준) 이런 상황을 단독 보도했다. 그리고 보름이 넘게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간판을 단 누리집은 여전히 5년 전에 머물러 있다. 사용하지 않으면 없애거나 노출을 막으면 될 텐데 소비기한 지난 식품만 가득 쌓인 마트처럼 방치해뒀다.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를 마이홈으로 모은 건 잘했다. 임대주택 정보를 찾는 국민에게도 그게 훨씬 편할 거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기존 사이트가 유령의 집처럼 온라인을 떠도는 상황은 오히려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 국토부 누리집의 검색 결과에 속은 누군가는 엉뚱한 사이트에서 한참을 헤맨 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다시 진짜를 찾아 나서야 한다. 하필이면 이럴 때  "시간은 돈이다"라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이 떠오르며 짜증은 배가 된다.

바쁜 국토부 공무원이 아주 혹시라도 이 글을 본다면 '뭐 이런 사소한 것으로 트집 잡기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사소한 것도 깔끔하게 처리가 안 되는 데 어떤 대단한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정보 통합 후 5년이나 뒷정리가 안 됐다는 것,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 후에도 뭐 하나 달라진 게 없다는 것. 충주의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에서 발견된 '그냥 사세요'라는 낙서와 뭐가 다를까?

원희룡 장관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누리집 관리 부실에 대한 신아일보 보도가 나간 다음 날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입주 현장을 방문해 하자 처리 상황을 살폈다.

원 장관은 시공사에 "'내가 살 집을 짓는다'라는 각오로 하자 처리 과정에서 입주민과 충분히 소통해 똑똑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춰달라"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LH에는 "공공기관으로서 임대주택 사업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품질 관리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 장관이 당부의 말에 담은 표현이 멋지고 감명 깊다. 그런데 이런 당부는 국토부 누리집에 발생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하자를 바로 잡는 데도 좀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 업무 태만으로 온라인 빈집을 방치한 기간이 자그마치 5년이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