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새판짜기④] 현대百 '비전 2030' 발판, 정지선·교선 '형제경영' 시너지
[유통 새판짜기④] 현대百 '비전 2030' 발판, 정지선·교선 '형제경영' 시너지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0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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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린푸드, 지주회사 전환…투자·사업 분리 '선택과 집중'
유통·패션·리빙 경쟁력 강화…다각적 투자, 헬스케어 등 먹거리 확보

올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 금리인상 지속으로 국내외 소비가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부자재 가격인상 여파로 기업 생산비용 부담도 커지면서 올해 유통업계 전반으로 ‘저성장 위기’가 예견된다. 그럼에도 유통 기업들은 위기 속 기회를 발굴하고자 사업다각화, 미래 먹거리 발굴, 글로벌 시장 개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국내 유통 업황별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어떻게 ‘새 판’을 짜고 ‘위기 대응’에 나설지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현대백화점그룹 사옥 전경[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사옥 전경[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100년 기업 도약의 발판이 될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기틀 마련과 경쟁력·전문성 제고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 그룹의 양대 축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각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그럼에도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형제경영은 돈독한 우애에 힘입어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격변의 시대, 속도감 있는 '비전 2030' 실천 당부

29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정지선 회장은 지난 2021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비전 2030’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비전 2030’은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에 뷰티, 헬스케어·바이오, 친환경 등 미래 신수종 사업을 더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을 달성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 회장은 앞서 2010년에 발표한 ‘비전 2020’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해 2010년 7조8000억원이었던 그룹 매출을 2020년 20조원까지 늘린 경험이 있다. 즉 ‘비전 2030’으로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정 회장의 이 같은 의지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확인됐다. 정 회장은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된 격변의 시대로 ‘비전 2030’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생기겠지만 위축되지 말고 계획을 보완하며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며 “2023년을 위기 이후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성공적인 한 해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왼쪽)과 정교선 부회장(오른쪽)[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왼쪽)과 정교선 부회장(오른쪽)[사진=현대백화점그룹]

◇3월 지배구조 개편…전문성 강화·신성장동력 발굴 기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2월10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3월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동시에 주주가치·주주권익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다양한 고객 니즈에 맞춘 사업 전문성 확대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홀딩스와 현대백화점으로 분리된다. 지주회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우수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이 유통업 내에서 각기 다른 신사업의 특화된 주체가 되도록 지원한다. 현대백화점은 사업회사로 한무쇼핑과 함께 오프라인 점포의 새로운 모델·업태를 개발하고 면세점·지누스와의 사업 시너지를 강화한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그린푸드로 나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리바트·현대이지월 등 자회사 관리와 신사업 투자를 담당한다. 현대그린푸드는 사업회사로 단체급식·식자재 유통·건강식 등 식품사업을 전담한다. M&A로 다양한 업태로 사업영역이 확장되면서 떨어진 경영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사업별 전문화·고도화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체제 변경로 정지선·정교선 형제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는 정지선 회장, 현대그린푸드의 최대주주는 정교선 부회장으로 각자의 길을 걷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그룹은 “계열분리를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그 동안처럼 정지선·정교선 형제가 각자의 자리에서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힘을 합칠 것이라는 의미다.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더 큰 도약 '고삐'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존 핵심 사업은 물론 미래 신수종 사업의 포트폴리오 강화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더현대 광주' 조감도[이미지=현대백화점그룹]
'더현대 광주' 조감도[이미지=현대백화점그룹]

유통사업에서는 ‘더현대 광주’와 서부산 에코델타시티(EDC) 내 대형유통시설 오픈이 최우선 과제다. 더현대 광주는 친환경·최첨단기술·예술·엔터테인먼트·로컬 등 5가지 테마가 융합된 국내 첫 문화복합몰이다. 이를 통해 미래형 리테일 플랫폼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는 복안이다. EDC 유통시설의 경우 업태 등 아직 정해진 게 없다. 홈쇼핑은 라이브커머스 채널 리브랜딩을 추진한다. 채널명을 ‘쇼라’로 바꾸고 차별콘텐츠로 MZ세대를 공략해 고객층을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패션사업에서는 한섬이 해외패션 브랜드 라인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건다. 한섬은 올해 하반기까지 해외패션 브랜드 수를 20여개로 2배가량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7년 내 해외패션 매출을 1조원대로 키운다는 목표다. 리빙·인테리어사업에서는 지난해 5월 사상 최대 규모인 8970억원에 인수한 지누스의 고객 접점을 늘리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인다.

신수종 사업으로는 헬스케어 분야가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디지털 스타트업 킥더허들과 손잡고 올 하반기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특화 체험형 스토어를 오픈한다. 이곳은 건강식품·보조제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외 지난해 3월 설립한 비노에이치를 통한 와인 수입·유통, 현대이지웰의 모바일 식권 B2B(기업간 거래)·B2E(기업과 직원간 거래) 등의 사업도 전개한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이 보유한 현대렌탈케어 경영권과 지분 80%를 사모펀드 운용사 시에라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처분예정일은 이달 31일이다. 그룹은 매각으로 확보한 1370억원을 미래 성장전략에 부합하는 신사업이나 M&A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획 다섯 번째 기업으로 하림그룹을 살펴볼 예정이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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