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조합·건설사 최우선 요구 '인허가 절차 간소화'
서울 정비사업 조합·건설사 최우선 요구 '인허가 절차 간소화'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01.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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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주택협회 의뢰로 현장 관계자 설문조사·심층인터뷰
시공사 선정 시기·공사비 검증제·신속통합기획 개선 목소리↑
서울 정비사업 조합 대상 설문조사 결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비사업 관련 제도·정책'. 24개 보기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부터 순서대로 5개 선택하도록 한 뒤 가장 개선이 필요한 사안부터 순서대로 5~1점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 (자료=주택협회, 건산연)
서울 정비사업 조합 대상 설문조사 결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비사업 관련 제도·정책'. 24개 보기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부터 순서대로 5개 선택하도록 한 뒤 가장 개선이 필요한 사안부터 순서대로 5~1점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 (자료=주택협회, 건산연)

서울 정비사업 현장에서 조합과 건설사가 가장 바라는 제도 개선 사항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였다. 빠르고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시공사 선정 시기와 공사비 검증제도, 신속통합기획 정책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23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주택협회는 작년 하반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의뢰해 '미래지향적 도시관리 방향 및 기성시가지 내 주택공급기반 구축 연구'를 진행했다.

건산연은 서울에 사업장을 둔 정비사업조합(56개 조합 응답), 주택 분양 실적 상위 10개 시공사 관계자 등 대상 설문조사와 공무원, 건축사사무소 관계자, 현장 주요 관계자 등 38명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기반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비사업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조합과 시공사 모두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먼저 꼽았다. 분양가상한제 등 가격 통제 제도와 재건축부담금에 대한 개선 요구가 비교적 높았고 사업 절차상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기화해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시공사 요구 중에는 공사비 검증 제도 개선 비중도 높았다.

건산연은 설문 결과에 따라 중점 연구 분야로 시공사 선정 시기와 공사비 검증 제도, 신속통합기획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에 대해서는 '인허가 절차'에 관한 정책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정비법'상 시공사 선정은 조합 설립 후 가능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2010년 공공관리제도 도입 이후 조합이 시행하는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계획 인가 후로 하고 있다. 보고서는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시기를 늦춘 이유가 확정된 인허가와 설계를 바탕으로 시공사를 정하게 함으로써 허위 광고를 단속하고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 취지와 현실 간 괴리가 심해 현장에서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늦춘 게 오히려 사업 지연과 비효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시정비법대로 조합 설립 후 시공사를 선정하면 △사업비 대여를 통한 사업 속도 향상 △최초 사업시행계획 인가 단계부터 시공사 지원을 통한 건축설계 품질 향상 △불필요 설계변경 최소화 △공사비 검증 절차 이행과 증액 계약 갈등에 따른 사업 지연 위험 감소 등 장점이 있다고 했다.

서울 정비사업 시공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비사업 관련 제도·정책'. 24개 보기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부터 순서대로 5개 선택하도록 한 뒤 가장 개선이 필요한 사안부터 순서대로 5~1점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 (자료=주택협회, 건산연)
서울 정비사업 시공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비사업 관련 제도·정책'. 24개 보기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부터 순서대로 5개 선택하도록 한 뒤 가장 개선이 필요한 사안부터 순서대로 5~1점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 (자료=주택협회, 건산연)

보고서는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뤘다. 보고서는 전문성이 낮은 조합이 시행하는 정비사업 특성을 고려할 때 공사비 검증제도가 순기능을 가지지만 현장에서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 지연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제시했다. 현장 사례를 보면 공사비 검증 시 검증 신청일에서 회신일까지 160일가량 소요되고 서류 준비 시간까지 계산하면 공사비 검증을 완료하는 데 1년가량 걸린다.

기존 내역서가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도 공사비 적정성 검토를 위해 과거 설계도와 내역서를 창조해 제출함에 따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지적도 있다. 과도한 공사비 감액과 공사비 검증 시점의 비현실성, 이의 제기 절차 부재 등도 보고서가 언급한 공사비 검증제도의 문제다.

보고서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도 정비사업 제도 개선 필요 분야로 깊이 있게 다뤘다.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긴밀하게 관여해 공공성과 수익성을 적절하게 반영한 기획안을 도출함으로써 신속한 사업 추진을 꾀하는 제도다.

보고서는 신속통합기획 중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대표들의 참여는 사실상 배제되고 '서울시가 생각하는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이룬 계획'이 사실상 통보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구역에서는 신속통합기획 과정에서 주민 소통·협의 부족으로 상당한 반발이 일었고 이번 설문조사에서 조합장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로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 △공공성에 치우친 정비계획 수립 △소유자들과 충분한 협의 없는 일방향 사업 추진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이 밖에도 정부가 작년 8월16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에 담긴 공사비 검증제도 개편안과 작년 12월11일 시행한 재개발임대주택 제도 개편안, 리츠 방식을 적용하는 민간도심복합사업 등에 대한 현장 목소리와 제도 개선 방안을 담았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