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한일관계에 ‘강제동원’ 해결 속도… 산적한 과제도 많아
무르익는 한일관계에 ‘강제동원’ 해결 속도… 산적한 과제도 많아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3.01.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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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한일관계, 깊은 질곡서 개선”… 기시다 “현안 신속히 해결”
피해자 동의·일본 사과방식 등 논란… 여야 대치상황도 부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일관계가 화해 무드로 돌아설 조짐이 나타나면서 지난 4년여 동안 양국의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도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정부의 노선은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정해졌지만 피해자 동의 여부와 일본의 사과 방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12일 ‘강제징용(동원) 해법 관련 공개토론회’에서 그동안 일본과의 협상 과정을 공개하고 제3자 변제인 ‘병존적 채무인수’ 방식을 해법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 양국 기업이 마련한 재원으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주체가 돼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피해 배상책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 전범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우리 대법원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가 제안한 해법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신속한 해결을 통해 (한일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려 발전시키겠다”고 밝혀 우리 정부의 해법안에 기본적으로 ‘동의’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한일관계는 지난 몇 년간 가장 어렵고 깊은 질곡에 빠져있었으나 최근 들어 뚜렷하게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양국관계 개선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실질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국 정상 간 관계개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실질적인 ‘강제동원’ 해법 도출에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 동의 없는 ‘제3자 변제’가 가능하냐는 점이다. 지난주 공개토론회에서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이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며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3자 변제 역시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일본의 사과 여부도 핵심 사안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93년 ‘고노 담화’와 1995년 ‘무라야마 담화’, 그리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 집권 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일관계에 금이 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로 인해 강제동원 해법 문제는 단순한 배상 차원을 넘어 피해자들의 감정과 연결되며 민감한 현안이 됐다.

‘제3자 변제’ 방식을 둘러싼 국내 정치권의 대치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번 해법안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현 정부가 일본의 입장을 우리 국민에게 관철하기 위해 대법원이 판결한 일본 전범기업 피해 배상 의무를 사실상 면제한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