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새판짜기①] '새로운 롯데' 리빌딩…신동빈 "재도약 증명하자"
[유통 새판짜기①] '새로운 롯데' 리빌딩…신동빈 "재도약 증명하자"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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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틀·이미지 과감히 부셔라"…미래 먹거리 헬스케어·바이오 육성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지주]

유통업계 맏형이자 재계 빅(Big)5의 롯데가 지난해 혁신의 기지개를 켰다면 올해는 ‘새로운 롯데’를 위한 과감한 시도와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신동빈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했듯이 롯데는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단 기존에 가진 틀과 이미지를 과감히 부수는 ‘리빌딩(Rebuilding)’에 초점을 맞췄다. 제과·백화점·화학 등으로 다각화하며 몸집을 키워왔던 롯데가 미래 먹거리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올해 어떻게 경쟁력을 쌓아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상시적 위기'의 시대…경쟁력 강조

17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앞서 12일 올해 상반기 VCM(사장단회의)을 주재했다. VCM은 롯데그룹 전반에 신 회장의 경영철학과 미래 사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신 회장은 2020년 하반기 VCM에서는 유통 본업의 경쟁력 강화, 2021년 상반기 VCM은 과감한 혁신을 강조했다. 지난해 상반기 VCM은 신규 고객·시장 창출에 대한 투자를 주문했다. 

올 상반기 VCM 핵심은 ‘위기 극복’과 ‘경쟁력’이다. 신 회장은 이날 “경영환경이 안정적이었던 지난 10년과 다른 상시적 위기(Permacrisis)의 시대가 됐다”며 경영 목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돼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위기를 미래 성장의 기회로 삼아 적극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건강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경영자원 집중 육성 △신성장동력 발굴이란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신 회장은 또 “올해는 재도약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준비했던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고삐를 죄었다. 회의에 참석한 CEO(최고경영자) 등 임원들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뜻과 함께 이들의 경영능력을 제대로 살펴 ‘신상필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큰 폭의 인사 쇄신을 단행했다. 실제 그룹 뿌리인 롯데제과 수장에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롯데건설,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점 등은 CEO 또는 대표급 임원이 교체됐다. 주력인 유통을 포함해 산업 전반으로 닥친 상시적 위기를 딛고 새로운 롯데로서 도약하기 위한 신 회장의 결단이었다.
 
◇'5년간 37조원' 과감한 투자

롯데에게 2021~2022년은 뉴 롯데(New Lotte)로 퀀텀점프 하기 위해 기반을 닦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에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인수, 국내 최대 가구기업 한샘과 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전략적 투자 등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시카고 킴튼 호텔 모나코와 배터리 제조사 일진머티리얼즈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카셰어링 업체 쏘카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했다. 롯데헬스케어,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핵심 신사업을 맡을 플레이어도 선을 보였다. 도심항공교통(UAM) 실증과 충전 인프라, 전기차 사업도 발을 들여놓았다.    

식품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병과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로 각각 식품·편의점 시장에서 지배력을 한층 공고히 했다.  

특히 롯데헬스케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부터 성과 내기에 본격 나서며 롯데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게 된다. 이훈기 롯데지주 부사장이 이끄는 롯데헬스케어는 과학적 진단·처방 등 건강관리 전 영역에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쇼) 2023’에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캐즐’을 선보였다. 오는 4월 국내 베타 서비스에 이어 8월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훈기 대표는 향후 5년간 헬스사업 5000억원 투자와 함께 IPO(기업공개) 상장을 추진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 전경.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 전경.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가 수장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 Myers Squibb Co.)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완료하면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진입했다. 시러큐스 공장은 북미 최고의 ADC(차세대 항암 플랫폼) 전문 위탁 생산기지로 삼을 방침이다. 이 대표는 또 2030년까지 총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를 투자해 국내에 3개의 메가 플랜트, 총 36만리터(ℓ)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출 계획이다. 약 10년 후인 2034년 매출액 30억달러, 영업이익률 35% 달성이 목표다. 

롯데는 지난해 5월 ‘5년간 37조원’라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바이오·헬스케어, 모빌리티 신사업 분야 15조2000억원, 기존 유통·식품·화학 분야 21조8000억원이다. 전체의 40%가량은 신사업이다. 신 회장이 약속한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되는 시기가 바로 올해부터다. 

◇롯데 3세 신유열의 전면 등장

롯데가(家) 3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이번 인사에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한 대목은 롯데 혁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신 상무는 지난해 아버지 신 회장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한데 이어 올 들어 CES, 그룹 VCM에 연이어 참석하면서 경영 보폭을 넓혔다. 신 상무는 롯데케미칼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기초소재사업부를 담당한다. 이 사업부는 그룹 신사업인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도 맡고 있다. 신 상무의 경영능력 입증과 향후 경영승계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이들 사업을 중심으로 롯데케미칼의 성과가 중요하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사진=롯데지주]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사진=롯데지주]

‘외부 수혈’로 호텔사업군을 총괄한 안세진 대표가 1년 만에 그룹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이동한 점도 흥미롭다. 안 소장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A.T.Kearney Consulting 출신이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와 LS에서 신사업과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안 대표 이력을 십분 활용해 그룹의 미래 방향과 사업전략 수립, 기업가치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분석된다. 실제 안 소장은 취임 직후 열린 VCM에서 그룹 경영환경 진단과 다양한 위기에 따른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롯데 측은 “그룹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방향 수립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획 두 번째 기업으로 신세계그룹을 살펴볼 예정이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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