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새판짜기-프롤로그] 저성장 위기…생존력 입증 '시험대'
[유통 새판짜기-프롤로그] 저성장 위기…생존력 입증 '시험대'
  • 박성은·김소희 기자
  • 승인 2023.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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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절반 이상, 올해 소매경기 '부정적'…최우선 전략 '비용절감'
롯데·신세계·CJ·현대百 "위기대응 총력"…사업다각화·글로벌 기회 발굴
국내 주요 유통대기업으로 꼽히는 롯데, 신세계, CJ, 현대백화점 로고. [제공=각 사]
국내 주요 유통대기업으로 꼽히는 롯데, 신세계, CJ, 현대백화점 로고. [제공=각 사]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지만 유통업계 전반으로는 활기보다 우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도 온라인 채널의 급성장과 식품기업들의 특수로 타 업종 대비 선방했던 유통업계다. 하지만 올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적인 금리인상 등에 따른 소비둔화로 저성장이 점쳐지면서 ‘정말 큰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의 ‘2023 유통산업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은 전년 대비 성장세가 1.8%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 등 5개 소매유통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했다. 2023년 소매시장 전망에 대해 응답자 절반을 웃도는 55.3%는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 요인(중복응답)으로 △소비심리 악화(97.2%)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77.8%) △일상회복에 따른 비대면 소비 감소(55.6%)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가능성(22.2%) 등이다. 

유통 기업들은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최우선 전략으로 ‘비용절감(31.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마케팅비와 고정비용 절감에 나섰다. 롯데면세점과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희망퇴직을 받으며 인원감축에 돌입했다. 

식품업계 역시 초긴축모드로 전환했다. 지난해 먹거리 대부분 가격이 1~2차례 인상됐음에도 수익성이 기대만큼 좋지 못한 탓이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 CJ제일제당의 내수 식품사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전년 동기보다 2.8% 줄었다. CJ제일제당을 주력으로 하는 CJ그룹의 손경식 회장이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기업 전반의 ‘재무안정성’을 강조한 이유다.

2023 소매시장 성장률 전망 그래프. [제공=대한상의]
2023 소매시장 성장률 전망 그래프. [제공=대한상의]

유통 전반에 위기감이 크지만 기업들은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은 올해 신년사에서 혁신과 위기 대응을 당부하면서도 앞으로의 어려움을 유연하게 대처하는 전략을 함께 강조했다. 실제 유통 기업들은 바이오를 비롯한 성장 잠재력이 큰 신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영역 파괴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또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한국 유통업의 생존력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CJ·농심·BGF 등 유통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오너가의 세대교체도 발 빠르게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위기 속 기회’를 찾기 위한 유통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유통산업 전반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고 얘기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영구적 위기(Permacrisis)의 시대로 위험·포트폴리오 관리가 중요해졌다”며 “기업들이 수십 년 영위하던 비즈니스라도 미래 비전이 없다면 구조 조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앞으로 피보팅(Pivoting, 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전환)을 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면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유통산업이야말로 기술, 사회, 소비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변화 대응업(業)으로서 새로운 도전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하고 말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획 첫 번째 기업으로 롯데그룹을 살펴볼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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