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일촉즉발 與 전당대회… 尹心 따르나
[정치포커스] 일촉즉발 與 전당대회… 尹心 따르나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1.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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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나경원 '서면 사직서'에 거친 응수
'윤심' 가진 김기현, 안철수와 본격 대립 구도

친윤이냐, 반윤이냐. 나경원 전 의원의 고심의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며 잠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전부터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에둘러 내비쳤던 대통령실이 '해임'이라는 강경 대응에 나서며 기류가 급속히 얼어붙은 모양새다. 본격 당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은 서로를 향한 견제에 들어갔다.  '총성 없는 싸움'인 선거 한복판에 있는 그들을 신아일보가 살펴봤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대한불교 천태종 총본산인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 총무원장인 무원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경내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대한불교 천태종 총본산인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 총무원장인 무원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경내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尹대통령, 나경원 '해임' 맞대응
차기 당대표 지형도 尹心 따르나

대통령실은 13일 나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대사 직을 해임하고 후임 인선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같이 전한 뒤 "신임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에는 김영이 동 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신임 기후환경대사에는 조홍식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선에서 몇 가지 주목할 점은 △나 전 의원이 이날 서면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급속도로 처리됐단 점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과 스위스 다보스 포럼 참석을 위한 출국 전 처리했단 점 △'사표 수리'가 아닌 '해임'이라는 점 등이다.

사표 수리는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사의를 받아들이는 형태지만, 해임은 강제 퇴직으로 사실상 경질에 가까운 모양새다.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 간 마찰음은 나 전 의원이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당대표 출마설이 거론되면서부터 조금씩 들려 왔다.

나 전 의원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사의를 밝혔지만, 대통령실은 이전까지 '정식 사직서가 제출되지 않아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쳐 왔다. 

나 전 의원의 사의를 대통령실이 받아들이지 않은 걸 두고 당대표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분분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직접 서면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초강수를 두며 대통령실의 주장대로 '행정 처리'를 할 수 있는 창구를 텄지만, 대통령실은 '해임'이라는 방식으로 받아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모처럼 전국으로 내리는 빗방울에 산천과 함께 우리 마음도 씻겨지는 아침, 나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난다"며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국민, 당원, 언론인들께 무척이나 송구하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의 당대표 출마 여부와 관련, 압박 수위를 높이는 친윤계를 향해 "함부로 내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면서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윤 대통령에게 일명 '친윤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이것이 오히려 자신과 윤 대통령 간 소통을 저해한다는 취지의 비판으로 풀이된다.

앞서 차기 당권주자 가운데 당 안팎에서 '윤심'을 지녔단 평가를 받는 김기현 의원은 나 전 의원의 겸직을 문제 삼았고, 친윤계 의원들도 현재 정무직에 충실해야 한다는 취지로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한 걸 두고 작심 비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익을 위해 세일즈 외교를 나가는 대통령의 등 뒤에다 대고 사직서를 던지는 행동이 나 전 의원이 말하는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를 위한 길인가"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장 의원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다루는 공직자가 그 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 대통령을 가장 위하는 척하는 위선적 태도에 할 말을 잃는다"면서 "오로지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고고한 척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反尹)"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자 하나 '툭' 보내 자리를 집어 던지는 태도는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망각한 처사"라며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쳐서 임명하는 엄중한 자리를 이토록 가볍게 생각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는 아닐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 개정을 거쳐 이번 당대표·최고위원을 '당원투표 100%'로 뽑기로 확정했다. 윤심(尹心)을 얻는 후보를 당대표로 세워 차기 국정운영의 뒷받침하겠단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윤심이 당대표 선거에서 주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윤 대통령과의 화합이 나 전 의원에게 남은 숙제라 여기고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기간은 '침묵 대응'을 유지하다 귀국 전후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할 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해임으로 급속도로 얼어붙어 나 전 의원이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모인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지난 11일 인천시 남동구 샤펠드미앙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지난 11일 인천시 남동구 샤펠드미앙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안철수 '토착왜구' 설전
"정통파" vs "김장연대=공천연대"

나 전 의원이 '잠행'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면, 다른 당권주자들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며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토착왜구론'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안 의원이 '당원이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토착왜구론으로 연결했다"며 "토착왜구는 민주당이 우리 당 인사들을 친일 프레임으로 공격할 때 즐겨 쓰는 혐오 용어다. 좌표를 찍어 대중을 선동하는 전술도 민주당 문화에는 부합하겠지만, 우리 당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선 그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지지율이 떨어지는 절박한 상황이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정통파 국민의힘은 그 금도를 지켜왔다"며 "어렵고 힘들어도 품위와 품격을 잃지 않는 게 우리 당의 자산이자, 자랑스러운 정당 문화다. 나는 우리 당의 이런 전통을 존중하고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정통파 국민의힘'이다.

안 의원은 바른미래당, 국민의당 대표 등을 지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단일화 선언을 한 뒤 합당 과정을 거쳐 합류했다.

반면 김 의원은 오랜 시간 당에 몸담은 4선 중진 의원이고, 이준석 대표 체제 당시 윤 후보와 이 전 대표 사이 '울산 회동'을 끌어내는 등 화합에 일조한 인물이다.

이를 종합하면 당원들에게 자신과 안 의원의 변별점을 알리면서 당에 헌신한 자신의 강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김 의원이 지난 12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당원투표 100%' 전당대회 규칙 관련해 "일본 국민 의견을 30% 안 들었다고 해서 한국팀 감독이 제대로 못 할 거라고 한다면 그건 궤변 중의 궤변"이란 언급한 게 발단이 됐다.

안 의원은 그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 지지층을 일본 국민이라고 하면 누가 총선에서 우리 당에 표를 주겠느냐"며 "김 의원의 민주당(식) 토착왜구론은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강남을 당협 당원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내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대통령과 함께 일본 외교에 대한 방향을 어느 정도 정했다"며 "그건 경제나 안보 면에서는 공조하면서 역사적인 면은 따로 분리해서 접근하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 이걸 일본 국민이라고 하면서 마치 토착왜구론과 같은, 지난 문재인 정권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그 모습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던 것"이라고 부언했다.

아울러 "지난번 30% 민심 반영은 민주당 지지자를 빼고 우리 당원이 아닌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일본 국민이라고 하는 건 정말 적절하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반론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김 의원을 겨냥해 "여당 당권 주자가 정당 민주주의에 동참하는 우리 국민을 매도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며 "아무리 비유라지만 경박할 뿐만 아니라, 선출직 공직자로서 김 의원의 정신 상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한 대변인은 "김 의원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은 일본 국민과 같나"라며 "당대표 자리에 눈이 멀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망언"이라고 김 의원에게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안 의원은 '기득권 연대'를 비판하는 동시에 자신의 확장성을 내세웠다.

그는 앞선 강연에서 "내 확장성은 이미 알 거다. 나는 강북에서도, 분당에서도, 박빙의 그런 곳에서도 20% 이상 가져올 수 있다"며 "확장성을 갖고 많은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단 걸 말씀드린다"고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김 의원은 현재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지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구성한 상태다. 이를 중심으로 많은 당심을 견인하고 있다.

안 의원은 "절대로 공천 파동이 있으면 안 된다"면서 "요즘 김장연대 말을 하는데, 사실 그게 공천 연대다. 일종의 공포 정치"라고 손가락질했다.

이와 관련해 "공천 파동이 일어나는 핵심은 수도권이 아니고 영남이다. 수도권은 박빙 승부기 때문"이라며 "김장연대라고 하지만, 사실 거기에  의원들, 특히 영남 의원들이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이게 결국 공천과 연결될 걸 알아서"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 국민의힘은 공천 파동 정당이 아니라 실력 공천, 공정한 공천, 이기는 공천의 상징적인 반듯한 당으로 거듭나게 한단 게 내 비전"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서울시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김기현, 윤상현, 조경태 의원이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서울시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김기현, 윤상현, 조경태 의원이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권주자들, 외부 확장 나섰다
나경원-김기현, '오세훈' 줄 만남

당권주자들은 외부를 향해서도 광폭 행보에 나섰다. 최대한 많은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먼저 김기현 의원 경우 14일 국민의힘 텃밭인 경북에서 출정식을 갖는다. 당심이 중요한 만큼 주요 지지층이 몰린 이곳을 찾아 다시 한번 세를 응집하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오는 15일 막걸리 회동을 한다. 오 시장은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 정치적 회복을 했다. 

김 의원이 오 시장을 만나는 건 여러 가지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김장연대'로 당내 결속을 다진 만큼 이제 시·도지사로 확장해 자신의 연대를 넓혀가기 위한 디딤돌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김두겸 울산시장 등과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오 시장이 가진 '중도', '수도권 정치인' 이미지도 김 의원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나경원 전 의원도 16일 오 시장과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여겨진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