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이라던 ISA, 은행권에서 인기 '시들'
만능통장이라던 ISA, 은행권에서 인기 '시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1.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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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형 ISA 등장에 은행→증권사 갈아타기 움직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은행권에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ISA는 고령화 시대에 국민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도입된 상품이다. ISA 통장 하나만 가지고도 예금과 적금, 파행결합증권(ELS),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통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ISA의 인기는 줄어들고 있다. 수익률과 혜택이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주식 거래까지 가능한 증권사 ISA가 등장하자 가입자 대부분이 갈아타는 추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ISA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말 기준 105만4375명으로 전년 동기(101만9558명) 대비 3만4817명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금융권 전체 ISA 가입자 증가폭(146만2652명)의 2.4%에 불과하다.

은행권과 달리 증권사 ISA 가입자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증권사 ISA 가입자는 355만4996명으로 1년 전(212만7141명)보다 67.1%(142만7855명) 불어났다.

한때 ISA 시장은 은행권의 독무대였으나, 2021년 2월 증권사의 투자중개형 ISA가 출시된 이후 5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역전되며 시장 판도가 빠르게 바뀌었다.

은행권 ISA의 인기는 수익률과 혜택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쳐 시들해졌다. 

은행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 두 종류로 나뉜다. 신탁형은 소비자 본인이 직접 자산운용을 하는 방식이고, 일임형은 금융회사에 자금과 운용 권한을 맡긴다. 신탁형은 가입자 본인이 운용하는 만큼 수수료가 일임형보다 낮아 가입자 상당수는 신탁형을 선택한다.

신탁형 ISA는 가입자들이 고위험‧고수익 투자 대신 안전을 선호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기준 신탁형 ISA 운용자산 10조1300억원 가운데 예·적금에 투자된 비중은 94.5%(9조6660억원)에 달한다. 예·적금 금리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은행권의 ISA 전용 예금상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3%대 중후반 수준으로, 4% 중반대에 머무르는 일반 예금금리보다 0.5~1%포인트(p) 낮다. 보통의 예·적금보다 ISA 예금에 돈을 맡겼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이 더 적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ISA는 매매차익에 전면 비과세를 적용해 투자 매력도가 높은 반면 은행 ISA는 상대적으로 가입자를 끌어들일 만한 유인이 적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