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은 화끈한 규제 지역 해제로 시작했다. 정부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의 규제 지역을 해제했다.
당초 경기도 4곳(과천·성남·하남·광명시)과 서울 외곽 지역 정도 풀어주고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정도는 남겨둘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예상을 뛰어넘어 마포와 성수 등 핵심 지역까지 다 풀어버렸다.
일반적인 경우면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순으로 풀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부터 풀면서 서서히 핵심 지역으로 규제 해제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번에는 몇 단계를 건너뛰고 강남 3구와 용산구 빼고 전면 해제를 해버린 것이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60~70%, 생애최초 80%), 취득세 중과 완화, 양도·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분양권 전매 가능,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분양권 지위 양도 금지 해제 등 많은 규제가 무장 해제된다.
여기에 청약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12억원 초과 중도금대출 제한, 분양가상한제 지역 실 거주의무(최대 4년), 전매제한(최대 10년)도 폐지되거나 대폭 완화됐다.
이 정도면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을 잡기 위해 적용했던 규제에 대해 거의 무장해제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12월21일 세금, 대출, 임대사업자 제도 등 제법 강한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한 지 열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파격적인 규제 지역 해제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시장 침체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둔촌주공의 대규모 미계약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
12월 둔촌주공 청약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더욱 가파르게 매매·전세 시장이 얼어붙은 점을 감안하면 1월3일이 계약일인 둔촌주공이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할 경우 부동산 시장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식어버릴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급하게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시장으로 넘어왔다. 12·21대책 발표 이후 급락하던 매매·전세 가격 흐름의 하락 속도는 다소 느려졌다. 파격적인 규제 지역 해제의 효과가 반영되면 하락 속도는 더욱 완만해질 것이다.
떨어지는 집값에 속절없이 좌절하던 집주인들은 희망의 불빛이라 생각하면서 매물을 회수하거나 일부 지역이지만 호가를 올리는 경우도 나올 것이다. 계약을 앞두거나 갈아타기 위해 고민하던 실수요자들은 생각보다 빠른 규제 해제에 마음이 조금 다급해질 수도 있다.
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락 속도가 느려지면서 하락 추이가 완만해진 것이지 하락 추세가 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전히 견고한 매수자 우위 시장의 주인공인 매수자들은 아직은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그 이유는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는 진행 중이고, 여전히 주택 가격은 높다. 일부 지역은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미분양 10만호(수도권 3만호), 패닉 셀(투매), 강남 규제 지역 해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양도세 특례(5년간 양도세 면제) 등 바닥의 시그널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집값 상승이 아닌 거래 제로 현상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려는 목적이라 말하고 있다. 과거보다 하락 속도가 빠른 점을 감안하면 바닥은 올해 안에 확인할 수도 있지만 'V'자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금리 불확실성이 여전히 문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차면 기운다. 7년 동안 많이 오른 집값을 고려하면 현재의 침체 상황은 어떻게 보면 당연히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