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제네릭의 가치
[기고] K-제네릭의 가치
  • 신아일보
  • 승인 2023.01.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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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복 전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세계 어느 나라든 그 나라 정부가 허가한 의약품은 그 나라 국민에게 안전하고 유효하며 인체에 적용가능하고 균질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정부가 허가한 각 의약품은 본질적으로 균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정부는 그 균질성이 입증돼야만 시판을 허용하고 있고 시판 후에도 그 균질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해외 다국적 제약바이오기업 신약의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이 제품에 대한 균질성 입증 자료를 첨부해 제조 품목허가를 정부로부터 받아 시판한다. 본질적으로 다국적 제약바이오기업에서 만든 의약품이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생산한 의약품은 그 균질성을 대한민국 정부가 보증한 동일 제품인 것이다.

하지만 이 제네릭이라는 용어에는 숨은 뜻이 있다. 일찍이 다국적 제약바이오기업은 자신들이 개발한 신약에 대한 우월성을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유일하게 의약품에만 사용되는 ‘제네릭’이라는 용어를 도입하고 사용을 권장해 왔다. 자신들의 제품은 ‘브랜드’ 또는 ‘오리지널’이라 칭하고 특허기간이 만료돼 그 균질성이 입증된 추후 허가된 제품을 제네릭이라고 해 그 균질성을 폄하해 자신들 제품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펩시콜라를 코카콜라 제네릭이니 복제품이니 하지 않고 소나타를 아우디의 짝퉁이라 하지 않는다. 일본은 제네릭이라는 용어 대신 정부 공식 문서에 이를 후발의약품이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특허만료약이라고 칭하자고 하지만 여전히 제네릭이라는 명칭이 통용되고 있다. 이에 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생산한 제네릭의약품을 K-팝, K-푸드, K-뷰티, K-방산 등과 같이 아예 K-제네릭이라고 명명하자고 제안한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비해 5%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10년 이상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제네릭 생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한·미와 한·유럽 자유무역협정으로 그 길은 더 막히고 더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토대가 되는 제네릭의약품의 신뢰성을 고양시키거나 국산 글로벌 신약개발과 함께 국산 의약품(K-Pharm) 수출을 진흥시키기 위한 정책적 대안 제시에는 미흡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2020년 의약품 수출액은 약 9조9600억원, 수입액은 약 8조57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이 수입액을 넘어섰다. 2021년에는 수출액이 약 11조3600억원, 수입액이 약 11조2700억원으로 수출액 초과의 기조가 유지됐다. 또한 같은 해 공개된 기술 수출 계약 실적 규모는 약 4조3400억원이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이다. 우리나라 의약품, 특히 K-제네릭 의약품의 품질 수준이나 제조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약품이나 기술 수출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이 신약을 수출해 벌어들인 것이 아니고 K-제네릭을 기반으로 해 벌어들인 수출액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의약품에 대한 관리자로서 정부는 안전성, 유효성 검증과 확보를 위한 노력에 더해 시판 허가의약품의 균질성 확보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K-제네릭의 신뢰성을 담보하고 국민 건강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허가한 의약품은 이런 요건들을 모두 충족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사용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등에서 경험했듯 의약품도 무기나 국가방위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바이오신약 개발을 위한 정책 수립에 최선을 다해 신약부국의 길을 열어 나아가길 희망한다.

/이용복 전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