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경제키워드 '풍전등화'‧'첩첨산중'‧‘사면초가’
2023년 경제키워드 '풍전등화'‧'첩첨산중'‧‘사면초가’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1.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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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85명 경제·경영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한국 '저성장 고착화 우려', 글로벌 '성장률 둔화'
2023년 주요 교역국 경제전망.[이미지=대한상의]
2023년 국내 경제여건 전망.[이미지=대한상의]

올해 한국 경제는 ‘토끼굴에 빠진’(Down the rabbit hole) 상황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85명의 경제·경영 전문가(대학교수, 공공·민간연구소 연구위원)를 대상으로 ‘2023년 경제키워드 및 기업환경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심연(Abyss)’, ‘풍전등화’, ‘첩첩산중’, ‘사면초가’ 등의 키워드가 제일  많이 꼽혔다.

대한상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앨리스가 토끼굴에 빠진(Down the rabbit hole) 것과 같이 우리 경제가 어둡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라고 설명했다.

‘암중모색’(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음), ‘중력이산’(많은 사람이 힘을 합하면 산도 옮길 수 있음), ‘경제와 사회의 회복탄력성’ 등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대처 방향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실제 올해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이 76.2%에 달했다. 전문가들이 전망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1.25% 수준으로, 1.5%~2.0% 구간에 있는 주요기관 전망치를 밑돌았다.

올해 소비 및 투자전망도 ‘지난해과 유사하거나 둔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각 90.5%, 96.4%에 달했다. 수출에 대해서는 78.6%가 ‘작년과 유사 또는 둔화’를 예상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도 주요기관 전망치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22% 수준으로 주요기관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회했다. 주요 교역국들에 대한 경제전망도 부진했다. 미국 및 중국경제 전망에 대해 ‘작년과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답한 비율은 각 71.4%, 75%였다. 

새해 우리경제가 직면한 경제분야 리스크로는 ‘고금리 상황’(24.5%)과 ‘고물가·원자재가 지속’(20.3%)이 가장 많이 꼽혔다. 뒤이어 △‘수출 둔화·무역적자 장기화(16.8%)’ △‘내수경기 침체(15%)’ △‘지정학 리스크(미-중갈등, 전쟁 등)(13.8%)’가 꼽혔다.

2023년 주요 교역국 경제전망.[이미지=대한상의]
2023년 주요 교역국 경제전망.[이미지=대한상의]

향후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미 금리수준(39.3%)’을 꼽은 전문가가 가장 많았다. ‘경기상황’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3.8%였고 ‘부채상황(21.4%)’, ‘국내 물가 수준(15.5%)’ 순이었다. 

반도체 이후 우리나라를 이끌 먹거리 산업으로는 배터리(21.2%), 바이오(18.8%), 모빌리티(16.5%), 인공지능(10.6%) 등이 제시됐다. 차세대 반도체가 계속해 우리 경제를 이끌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도 5.9%였다.

정부가 올해 중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 분야로는 ‘미래전략산업 육성(25%)’이 가장 많이 꼽혔다. ‘자금·금융시장 안정(23.8%)’, ‘경제안보·경제외교(11.9%)’, ‘수출 확대(9.5%)’, ‘산업·기업 구조조정(8.3%)’ 응답이 뒤를 이었다. 단기 과제로는 자금·금융시장 안정이, 장기 과제로는 미래전략산업 육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도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44.1%의 전문가가 ‘잘함’으로 응답한 가운데 ‘못함’(41.7%), ‘매우 못함’(8.3%), ‘매우 잘함’(5.9%) 응답이 뒤를 이었다. 등급으로는 ‘B’(29.8%)로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소비가 크게 꺾이지 않았던 것,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여러 산업기반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던 것 등이 상대적 선방의 요인들”이라며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바이오, 방산, 친환경에너지 등 더 다양한 산업을 촉진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갈등 이슈.[이미지=대한상의]
우리 사회의 갈등 이슈.[이미지=대한상의]

우리경제의 체력이 약해졌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무역수지의 적자 반전, 가계부채 누증, 재정건전성의 약화 등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특히 최근 들어 주요국이 IRA 등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산업통상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규제개선, 차세대 기술개발 지원, 인력양성 등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정책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갈등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전원이 갈등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갈등 이슈로는 정치적 갈등(58.3%)이 꼽혔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주요 경제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동시에 노동·규제·교육 등 주요 개혁과제에 대해 성과를 만들어 가야 하는 해”라며 “주요 개혁과제는 미래 지속성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책인 만큼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사회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강 본부장은 “결국 관건은 정부와 국회의 협력”이라고 전제하고 “협치를 통해 주요 정책들을 신속하게 수립·집행해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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