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벌집 막내딸' 조현민의 큰 그림
[기자수첩] '재벌집 막내딸' 조현민의 큰 그림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3.01.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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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더 섹시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너 3세의 과감한 발언에 장내가 술렁였다. 그는 사장인 자신을 ‘조미료’에 빗대며 낮췄다. 주인공은 한진가(家) 막내딸 조현민이다.

‘재벌집 도련님, 아가씨는 실무 역량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인식과 다르게 조현민 사장은 변화했다. 그는 물류(로지스틱스)와 문화(엔터테인먼트)를 합친 ‘로지테인먼트’ 개념을 발안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도해왔다.

지난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물류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였다. 업계 처음으로 선보인 모바일 게임 ‘물류왕 아일랜드’는 다운로드 수 5만을 넘겼다. 게임 등장 캐릭터를 활용한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출시됐다. 투자 총괄을 맡은 영화 ‘백일몽’은 각종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을 받았다.

경영 능력은 숫자로 어느정도 증명됐다. 한진은 2022년 매출 2조8419억원, 영업이익 1149억원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2021년 세운 역대 최대 실적인 매출 2조5041억원, 영업이익 994억원을 불과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 2019년 발표한 ‘매출액 3조원, 영업이익률 4%’ 목표도 조기 달성할 전망이다.

한계는 있다. 물류·택배업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보다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비중이 훨씬 큰 사업이다.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게임, 굿즈, 웹툰, 영화 등 마케팅 전략이 과연 얼마만큼의 사업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기에 조현민 사장이 담당하는 신사업 부문이 실제 실적에 기여하는 부분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진은 로지테인먼트를 통한 조현민 사장의 마케팅 전략이 물류 최종 고객에게 매력적인 브랜드로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한진의 전문성과 최종 고객의 호감도 시너지는 곧 다양한 신규 고객의 유입으로 이어진다는 전략 때문이다. 결국 조현민 사장은 당장의 수익성 대신 더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조현민 사장의 한진 합류가 올해로 4년차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올해는 그의 이사회 진입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회사가 아닌 조현민 사장 본인의 이미지다. 그는 한 달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사회 진입에 대해 “인정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책임영역에 관한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불과 2년여만의 초고속 사장 승진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조현민 사장은 분명 과거 불미스러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에 대한 애정과 육성 의지를 보이며 달라졌다. 그는 이제 과거 ‘재벌 갑질’이라는 꼬리표를 떼내고 ‘능력있는 재벌집 막내딸’로 거듭날 차례다. 이것이 '로지테인먼트'로 큰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