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선 단전 진실 공방…"관리 부실이다" vs "절차 지켰다"
전차선 단전 진실 공방…"관리 부실이다" vs "절차 지켰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01.0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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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알, 원인 지목 하자 보수 공사 두고 "기본도 확인 안 해"
코레일, 주체별 업무 범위·진행 과정 설명하며 '정당성 피력'
국토부 시각, 코레일 허술한 업무·시공사 부적절 공사로 향해
에스알과 코레일이 작년 말 발생한 수서고속철도 단전 사고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인다. (사진=신아일보DB)
에스알과 코레일이 작년 말 발생한 수서고속철도 단전 사고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인다. (사진·편집=천동환 기자)

작년 말 발생한 수서고속철도 단전 사고 관련 원인과 책임을 두고 에스알과 코레일이 충돌했다. 에스알은 코레일의 터널 하자 보수 공사 관리 부실과 사고 대응 부실이 단전 사고와 열차 고장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코레일은 하자 보수 주체별 업무 범위와 진행 과정을 설명하며 절차대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1차 조사 결과 코레일의 허술한 업무 수행과 시공사의 부적절한 보수 공사를 원인으로 추정했다.

8일 국토교통부와 에스알(SR),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5시2~3분께 경기도 평택시 수서고속철도 평택지제역 부근에서 발행한 전차선 전기 공급 중단 사고로 사고 시점부터 다음 날까지 고속열차(KTX, SRT)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사고 당일 총 167개 KTX·SRT 열차의 운행이 최장 130분 지연됐다. 사고 여파에 따른 열차 고장으로 이튿날 운행 예정이던 SRT 120회 중 18회가 취소됐고 운행 SRT 열차 중 21개는 최장 54분 지연됐다.

국토부는 책임 규명 등을 위해 일제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철도안전 민간자문단 점검을 통해 사고 원인과 열차 지연 원인을 철저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국토부는 정확한 사고 조사에 앞서 초동 조사 결과를 지난달 31일 간략히 공개했다. 코레일이 작년 10월24일부터 평택 통복터널 내부 하자를 보수 중인데 이때 발생한 부직포 이물질이 전차선에 영향을 줘 전기 공급이 단전됐다는 내용이다. 

이종국 에스알 대표이사가 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수서역 고객접견실에서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SRT 운행 차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SR)
이종국 에스알 대표이사가 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수서역 고객접견실에서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SRT 운행 차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SR)

이런 가운데 SRT 운영사 에스알은 자체 조사한 사고 원인을 지난 5일 발표했다. 에스알에 따르면 코레일은 통복터널 천장 누수를 발견하고 지난 2019년 8월 국가철도공단과 터널 시공사 GS건설에 하자 보수를 요청했다. 고속철도시설 하자 관리 업무는 원래 철도공단 몫이지만 코레일이 수탁해 수행 중이다.

에스알은 하자 보수 요청받은 GS건설이 작년 11월21일 코레일에 작업계획서를 제출해 승인받은 뒤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보수 공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 겨울용이 아닌 여름용 접착제를 사용하는 등 자재 사용이 부실했고 하자 보수 공사 과정에서 기본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뒤이어 코레일이 목소리를 냈다. 에스알이 제기한 부실한 자재 사용과 허술한 공사 관리 주장 등에 반박 논리를 만들어 지난 6일 언론에 배포했다. 코레일은 철도공단과 GS건설에 2019년부터 총 11차례 하자를 통보했고 이에 따른 하자 보수 공사는 GS건설이 시행하고 일신이앤씨가 책임 감리했다고 밝혔다. 단전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30일은 하자 보수 공사 진행 도중으로 이달 31일쯤 GS건설로부터 공사 완료 통보를 받으면 완료 검사를 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겨울 공사에 여름용 접착제를 사용했다는 주장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에스알과 코레일의 진실 공방은 여러 지점에서 이어졌다. 에스알은 통복터널 전차선 급전 장애가 하자 보수 공사에 부실하게 시공된 탄소섬유시트(부직포)가 천정에서 떨어져 전차선에 접촉해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애 조치 과정에 사고 원인과 전차선 주변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전차선 전원을 공급해 연속 3회 장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전차선 전원공급 과정 연속 장애로 과전류가 흘러 SRT 차량 모터블럭(주전력변환장치)을 훼손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전차선 단전 이후 열차 운행 상황을 고려 정상적 절차에 따라 급단전 횟수를 최소화했다고 해명했다. 또 변전소 전력 분석 결과 전원공급과정상 과전류 발생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에스알은 급전 장애와 SRT 차량 고장 간 인과관계는 국토부 조사 외에 에스알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고 면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조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에스알이 사고 원인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코레일도 열차 제작사 등 협력 업체들과 함께 이번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에스알과 코레일이 책임 소재를 두고 논리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국토부는 에스알의 문제 제기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지난 5일 '철도 민영화 가능성' 관련 언론 보도에 대응한 해명자료를 내면서 통복터널 내 전차선 단전사고는 1차 조사 결과 코레일의 허술한 업무 수행과 시공사의 부적절한 터널 균열 보수공사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에스알은 이번 사고에 따른 피해액이 13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차량 복구비가 91억원에 달하고 비상차량 임차료는 25억원, 할인쿠폰 등 고객보상비는 7억7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영업 손실액이 5억7000만원 발생했고 소요 인력 등 기타 비용으로 1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봤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