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신은 정의선, 신년회 격식 깼다…직원 소통의 장 마련
운동화 신은 정의선, 신년회 격식 깼다…직원 소통의 장 마련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3.01.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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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차림 등장해 가벼운 이야기 신년 인사 시작
직원 질문 직접 답해…함께 사진 촬영 후 떡국 오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년 신년회에 참석해 임직원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년 신년회에 참석해 임직원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캐주얼 복장, 종이를 들고 읽지 않은 편한 목소리의 신년 메시지, 직원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소통, 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 식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보여준 격식을 깬 신년회 모습이다. 정 회장의 이 같은 신년회는 수평적이고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촉진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3년 만에 대면 신년회를 열었다. 특히 신년회를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하며 소통의 폭을 넓혔다. 본사가 아닌 업무 현장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 건 올해가 처음이다..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는 정 회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신년회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송창현 TaaS본부·차량SW담당 사장 등 경영진과 연구·개발(R&D) 부문 임직원 600여명이 참석했다.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신재원 AAM본부 사장도 함께 자리했다. 신년회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직원은 TV·인터넷·모바일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흰색 셔츠 위에 푸른색 니트와 남색 면바지, 회색 운동화, 흰색 바탕에 알록달록한 색상의 가로 줄무늬 양말 차림으로 등장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 장재훈 현대차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송호성 사장(오른쪽에서 첫 번째),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송창현 TaaS본부 사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년 신년회에 참석해 임직원들에게 새해 메시지와 사업 방향성, 비전을 공유하고 직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 장재훈 현대차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송호성 사장(오른쪽에서 첫 번째),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송창현 TaaS본부 사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년 신년회에 참석해 임직원들에게 새해 메시지와 사업 방향성, 비전을 공유하고 직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 회장은 “1월1일 떡국을 3번 먹었다”는 편한 이야기로 신년 인사를 시작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능동적 기업문화 조성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미래 고객, 특히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저도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MZ세대 같은 때가 있었다”며 “우리가 어렸던 시대에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경청만 해야 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신년 메시지 이후 장재훈 사장, 송호성 사장, 박정국 사장, 송창현 사장 등과 함께 직원들에게 새해 경영 전략과 비전을 공유했다. 특히 정 회장은 직접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 회장은 능동적인 조직문화 조성과 관련해 구체적 개선 내용을 묻는 직원의 질문에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보고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옛날 명예회장님께 보고할 때 생각과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이유를 설명했다”며 “(보통) 보고하는 것을 보면 결론이 없고 자신의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감사 쪽에 우리 회사 보고 문화를 조사해달라 했더니 보고서가 굉장히 긴 데 결론이 없었다”며 “보고 문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에 대한 질문에는 “안전과 품질이 직결되는 것은 독자적으로 운영체제(OS)를 설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년 신년회를 마친 뒤 직원들과 셀카를 찍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년 신년회를 마친 뒤 직원들과 셀카를 찍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질의응답에 앞서 진행된 새해 경영 전략과 비전 설명에는 장재훈 사장, 송호성 사장이 직접 설명했다.

장 사장은 현대차의 올해 중점 사업 전략으로 ‘소비자 중심 사업 운영 강화’, ‘전동화 가속화·톱티어 경쟁력 확보’, ‘미래사업 기반 확보’를 제시했다.

그는 “올해는 생산·물류·판매를 최적화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올해 현대차 브랜드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선보이고 현대차 전기차 사용 전반에 걸쳐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올해 주요 경영 방침으로 ‘소비자 중심·브랜드 경영 고도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사업 실행 체계 구축’을 꼽았다.

그는 “기아의 PBV 사업은 오는 2025년 미드 PBV인 SW(프로젝트명) 론칭을 시작으로 라지 사이즈, 스몰 사이즈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하고 향후 자율주행, 로봇,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 다양한 신기술과 연계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핵심 권역 시장 진입 전략 수립, 소프트웨어의 성공적인 개발, 유연한 생산 체계 구축, 고객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제품·솔루션 개발을 통해 시장과 고객 발굴을 본격화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행사가 끝난 후 임직원들과 친밀한 분위기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이후 직원들과 남양연구소 디자인동 식당으로 이동해 떡국 등 새해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년 신년회를 마친 뒤  직원들과 식사하기 위해 사내 식당에서 줄을 서 배식받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년 신년회를 마친 뒤 직원들과 식사하기 위해 사내 식당에서 줄을 서 배식받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신아일보] 이성은 기자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