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계묘년은 '소통의 해'
[데스크 칼럼] 계묘년은 '소통의 해'
  • 나원재 경제부장
  • 승인 2023.01.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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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벌어들이는 돈으로 투자를 하고 발전해 나가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뼈를 깎는 변화를 과감히 선택해야 하는 숙명도 짊어졌다.

이런 까닭에 기업은 가계와 마찬가지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생물(生物)로 정의할 수 있다.

투자자도 발전 가능성이 큰 기업의 주식을 선택하고, 투자를 시작할 때도 생물을 키우는 자세로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가계와 투자자, 기업은 공생관계라는 말마저 나온다.

우리 기업은 ‘검은 호랑이의 해’에 이어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에도 생존이 불분명해졌다. 바꿔 말하면 계묘년은 불경기의 고리를 끊어야 생존할 수 있는 숙명에 놓인 셈이다.

금융권은 어려운 환경을 스스로 이겨내기 위한 환골탈태를 선택했다.

내부적으로는 희망퇴직을 제안해 체질개선에 나서는가 하면,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으로 재편하고 내부통제에 방점을 찍었다.

가령,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진출 등 혁신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지난해 고물가와 금리인상 등에 따른 경기침체에 직면하게 됐다. 또 빈번했던 횡령 이슈와 이상 해외송금 등 논란에 휩싸이면서 집안단속은 무엇보다 절실해졌다.

은행권은 이를 위해 과제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 조직을 신설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 상품의 다변화에 집중했다. 아울러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결정하기도 했다.

여신업계의 경우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부담이 문제로 부각됐다.

카드사만 해도 자체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와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에 기대야 하지만 이자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 여전채 금리의 경우 지난해 촉발한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여파로 12월21일 기준 연 6.082%를 기록했다. 여전채 금리가 6%대를 돌파한 것은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후 여전채 금리는 5~6%대를 오가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올해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약 38% 증가한 2조6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보험업계도 올해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계묘년은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은 정부와 금융당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금융사가 환골탈태를 결정했지만 규제와 진흥이라는 칼자루를 쥔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김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지어질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규제완화를 줄곧 강조했다. 세부적으로 올해부턴 은행거래 시 비대면 방식의 본인확인 절차가 강화된다. 또 개인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가 하면, 정기 예·적금의 온라인 중계 판매제도는 시범 도입된다.

금산분리를 완화해 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과 관련 기업의 지배를 허용하는 환경을 마련한다.

보험업계도 생명보험사의 손해보험 상품 취급을 허용하고 전문 보험 사회사 허용과 비대면 모집을 허용했다. 또 파생상품 운용제한을 사실상 폐지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사료된다.

금융권은 가계와 개인의 경제적인 버팀목이 되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그만큼 진흥정책을 펼치면서 금융권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필요가 생겼다. 계묘년은 ‘소통의 해’다.

나원재 경제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