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1980년생이 돌풍이다. 특히 오너가(家) 3~4세가 승진하며 경영전면에 등장했거나 요직에 포진됐다. 이들에게는 기업의 미래를 담보할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특명이 주어졌다. 재계 50위 내 기업의 오너가 중 올해 승진한 1980년생들을 파악하고 이들의 행보를 전망했다./ <편집자 주>
롯데그룹 3세 1986년생인 신유열 상무가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돌입한다. 신 상무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으로 ‘2023년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한 지 약 3년 만이자 2022년 초 롯데케미칼 동경지사 상무보로 승진한 지 약 1년 만이다.
신 상무의 행보는 신 회장과 비슷하다. 신 회장과 신 상무는 모두 일본에서 대학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수료했다. 신 회장과 신 상무는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일본 롯데에 입사한 뒤 각각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 전신)과 롯데케미칼로 자리를 옮겼다.
따라서 신 상무가 3세 경영을 위한 준비절차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 상무가 소속된 기초소재사업부는 기초유분·모노머·폴리머 등을 제조·판매·연구하는 부서로 롯데케미칼 매출의 8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실제 기초소재사업부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체 매출의 81.9%인 13조7444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국 신 상무가 그룹의 한 축인 롯데케미칼 내 핵심 사업부에서 실적 증대라는 임무를 맡게된 것이다.
기초소재사업부는 또 신 회장이 수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모빌리티·지속가능성 부분을 담당한다. 이는 신 상무가 △폐PET 화학적 재활용 △수소 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등 신사업을 총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재계도 신 상무의 합류가 롯데의 전지소재와 수소에너지 분야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사업은 2030년 매출 12조원이 목표다.
신 상무는 이와 함께 롯데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확장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상무가 수소·전지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신사업을 강화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신 상무는 신 회장의 베트남 등 해외출장에 동행했고 ‘롯데-노무라 교류회’ 등에도 참석했다.
다만 신 상무에게는 국적·병역 문제가 남았다. 신 상무는 일본국적으로 이를 해결한 이후에야 경영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까지는 국내보다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신사업을 이끌며 입지를 다진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