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0대 뉴스] 말 많고 탈 많은 '용산 시대'… 몸살 앓는 '여의도'
[정치 10대 뉴스] 말 많고 탈 많은 '용산 시대'… 몸살 앓는 '여의도'
  • 김가애·강민정 기자
  • 승인 2022.12.26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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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출신 '0선' 대통령… 정권 교체에도 국회는 '여소야대'
여야 '당대표 리스크' 곤혹… 정부여당 vs 야당 무한 대치
윤석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0.73%p 차이로 헌정사상 최소 득표 차로 승리하며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였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보수와 민주 진영이 10년씩 번갈아 집권했던 '10년 주기론'이 깨진 셈이다.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했던 윤 대통령은 집무실을 돌연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며 '용산 시대'를 개막했다. 그리고 청와대는 일반 국민에 개방했다.

윤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치른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휩쓸며 지방 권력의 변화를 가져왔다.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던 윤 대통령에게 지방선거 압승은 힘이 됐다.

하지만 국회는 여전히 '여소야대' 정국으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흔드는 형국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2연승'으로 중앙·지방 권력 교체에는 성공했지만, 극심한 내홍에 휩싸여 정기국회 초반까지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여야는 검찰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수사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향한 수사 등 현안마다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극한의 대치 정국으로 치달았다. 

2022년 정치권을 달궜던 주요 10대 뉴스를 크게 대통령실과 국회로 구분해 꼽아봤다.         -편집자주-

 

5월10일 윤석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윤 대통령은 3월9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0.73%p 차이로 승리했다. 헌정사상 최소 득표 차다.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뒤 불과 1년 만에 '0선'의 정치 신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공정 등의 가치를 내걸며 새 정부의 출발을 알렸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일반 국민에 개방했다. 지난 74년간 권력의 핵심이던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용산 '대통령실'이 탄생했다.

관저도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리모델링해 입주했다. 관저 입주 전까지 윤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사저를 오가며 출퇴근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민간'의 가치를 강조하며 전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국정 기조의 전면 전환에 나섰다.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규제 개혁과 법인세 인하 등 시장 중심의 성장을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취임한 지 불과 11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역대 가장 빠른 '한미정상회담'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 사적 채용 내지 사적 수행 논란이 종종 불거졌다.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윤 대통령 부부의 스페인 방문 당시 '민간인'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아내 신모씨가 동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신씨는 윤 대통령 내외 의중을 잘 안다는 이유로 순방 일정 기획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직원들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이 알려지는가 하면, 김 여사가 경남 봉하마을 참배에 지인을 대동해 파장을 낳았다.  

특히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인 우모씨(사직)의 부친이 강릉의 한 기업 대표로 윤 대통령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져 사적 채용 논란이 일었다. 우씨의 아버지가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강릉시 선거관리위원인 사실도 추가로 드러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더해 권 원내대표가 "9급 갖고 뭘 그러나",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다" 등의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고, 결국 그는 공개 사과를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정부는 1기 내각을 완성하는 데 181일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195일이 소요됐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개월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하게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윤석열 정부는 2005년 인사청문회 대상이 모든 국무위원으로 확대된 이래 1기 내각을 구성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한 정부가 됐다. 보수 정권이었던 이명박(MB) 정부(17일)의 열 배, 박근혜 정부(51일)보다 세 배 이상 늦었다.

결과적으로는 5명의 장관이 도덕성 문제 등으로 낙마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는 14명(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박진 외교·이상민 행정안전·원희룡 국토교통·박보균 문화체육관광·한동훈 법무·김현숙 여성가족·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과 김창기 국세청장, 김승겸 합참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윤희근 경찰청장, 이원석 검찰총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의 고위직 인사 임명을 강행하면서 내각의 진용을 모두 갖췄다.

이 과정에서 '인사 실패' 비판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말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22일 미국 순방 중 글로벌 펀드 재정기업 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후 행사장을 빠져나가면서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추정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5시간여 만에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반박했다. 김 수석은 '해당 발언은 한국 국회를 향해 있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 국회인가'라는 거듭된 질문에 김 수석은 "예, 미국 의회가 아니니까요"라고 확인했다. 

결국 "이XX"라는 비속어는 미국이 아닌 한국 국회에 한 말이라는 것이다. 

당장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야권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은 같은 달 26일 귀국 후 첫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바이든이라고 자막을 달아 보도해 국익을 해쳤다고 지목된 MBC에는 대통령 순방 시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가 내려졌다.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청사 1층에 기자실을 두고 취임 다음 날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출입 기자들과 각본 없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중단 전까지 195일간 총 61회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10분씩, 그날그날의 현안에 대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용산 시대'의 상징이 됐다.

정제되지 않은 답변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각종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도어스테핑은 11월18일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 설전이 벌어진 뒤 중단된 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도어스테핑이 진행되던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로비에는 합판으로 된 가림막이 설치됐다. 그간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기자실이 위치한 1층 복도를 오가며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구조였지만, 가림막 설치로 시야는 모두 막혀 현관으로 누가 드나드는지 직접 확인하고 소통하기가 어렵게 됐다.

대통령실은 다른 소통 방식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올해 여권을 뒤흔들었던 인물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다. 

'윤핵관'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부터 여러 언론에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는'이라는 익명 인터뷰가 다수 인용되면서 정치권에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당내 윤핵관 쌍두마차로 거명되는 이는 권성동·장제원 의원이다.

권 의원 경우 원내대표를 지낼 당시 '체리 따봉'으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국민의힘 '이준석 파동' 당시, 권 의원이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문자에서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이준석 전 대표)'를 지칭하는 내용을 언급하자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내면서 윤심(尹心)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권 의원과 장 의원은 서로를 '브라더'라고 칭하며 막역함을 강조했지만, 당내 친윤(親尹) 공부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가 출범 과정에서 이견을 보여 윤핵관 내부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됐다는 시각도 나왔다.

민들레는 현재 '국민공감'으로 명칭을 변경한 뒤 새롭게 출범해 공부모임을 실시하고 있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와 겨뤘던 대선주자들이 속속 국회로 입성했다.

안철수(국민의힘)·이재명(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성남분당갑, 인천 계양을에 각각 당선됐다. 이로써 안 의원은 '3선 중진'이 됐고,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등 지자체에서 체급을 키워오던 이 의원은 국회 경력까지 갖추게 됐다.

이중 이 의원은 6·1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도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먼저 출마 과정에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이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재명 역할론'부터, 대선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뒤에는 '출마 지역'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졌다. 경기 성남분당갑 지역은 김은혜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지사에 출마하며 공석이 됐는데, 경기도가 정치적 고향인 이 의원이 해당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인천 계양을' 지역구가 비게 됐고, 이 의원이 이곳에 출마하기로 하면서 비판도 뒤따랐다.

 

국민의힘은 올해 당 내홍으로 홍역을 앓았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0선, 30대 당수'라는 이력으로 신드롬을 불러왔지만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의 잡음이 감지됐고, 이는 이 전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로 최고점을 찍었다. 

윤리위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성 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당대표가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건 처음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첫 번째 '주호영 비대위'는 이 전 대표가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하면서 무산됐다.

이어 국민의힘은 당헌·당규 개정 과정을 거쳐 비대위의 정당성을 확립한 뒤 정진석 당시 국회부의장을 비대위원장으로 한 '2차 비대위'를 출범했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반발하며 다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에 '양두구육', '신군부' 등 수위 높은 단어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졌고, 당 윤리위는 이에 대해 그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을 추가 징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8월28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77.77%의 압도적인 최종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난 20대 대선 패배 후 6·1 재·보궐 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 이후 당대표 당선까지 쾌속 행보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출마 이전부터 이 대표가 당대표가 됐을 경우 사법 리스크에 당이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친명(親明)계를 중심으로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당내 분열이 야기됐다. 

현재까지도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민주연구원 김용 전 부원장,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이 검찰에 줄구속되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좀처럼 가라앉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는 검찰에 수차례 압수수색을 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를 검찰의 정치 탄압·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하며 전방위 공세에 나섰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리스크'를 꼬집으며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질타도 언급된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여 만에 국회에서는 두 건의 장관 해임 건의안이 통과했다. 

해임 건의안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100명)이 동의했을 때 발의할 수 있으며,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150명)으로 의결된다. 현재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단독으로도 이를 얼마든지 발의 및 의결할 수 있는 상태다.

먼저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이XX' 논란 등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해 이를 통과시켰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후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고 지난 11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헌정사상 역대 8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번째다. 불과 6개월여 만에 두 건이 통과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에도 거부권을 발동할 경우 탄핵 소추안 발의도 서슴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