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1년반 만에 오늘 첫 판결
‘키코’1년반 만에 오늘 첫 판결
  • 전민준기자
  • 승인 2010.02.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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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가입 수출업체, 은행 상대 부당이득금 반환 등 13건 소송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소송이 제기된 지 약1년 반 만인 8일 처음으로 나온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임성근)는 8일 키코에 가입한 수출업체들이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등 13건의 소송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키코 효력 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과 관련 서울고법이 은행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으나 가처분은 당장 효력 정지를 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내려지는 것이어서 가처분과 본안 소송 판결이 동일하게 나온다고만은 볼 수 없다.

또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업체 측과 은행권에서는 파생상품 석학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법정 증인으로 세우며 날선 공방을 이어나기도 했다.

업체 측에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로버트 F. 엥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은행 측에서는 스티븐 로스(Ross)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가 증인으로 나섰던 것이다.



▲키코, 불공정한 상품인가
이번 소송의 쟁점은 과연 키코가 처음부터 불공정한 상품인가이다.

앞서 서울고법은 키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때 불공정한 상품만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법정에 선 두 석학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업체 측 증인으로 나선 엥글 교수는 “키코는 기업보다 은행의 기대이익이 훨씬 크게 설계된 불공정한 상품으로 기업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반면, 은행 측 증인은 로스 교수는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구조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로스 교수는 “키코는 기업들의 환헤지 수요에 따라 설계된 합리적 상품”며 “이 상품으로 인한 은행의 마진은 전체 계약금액의 0.3~0.8% 정도이고 이는 국제적인 금융실무 관행이나 다른 금융상품 사례에 비춰 적절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엥글 교수는 “환율이 키코 계약이 지정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키코 상품으로 이득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키코가 처음부터 은행이 폭리를 취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상품인지 또는 은행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해 기업에 손실을 안겨준 것인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 설명의무 잘 지켰나
업체들이 손실액의 일부라도 받기 위해서는 가입 당시 은행들이 상품의 내용, 가입으로 인한 위험성 등을 안내하는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실제로 펀드 등 금융권 상품에 가입했다 손실을 볼 경우 상품 판매 당시 은행이 상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손실금의 일부를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상품가입으로 손해를 본 가입자들 대부분이 당시 상품 설명을 잘 해주었는지, 또는 허위의 정보를 제공했는가를 입증하기에는 쉽지 않다.

더욱이 법원은 가입할 금융상품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는 책임을 기본적으로 가입자에게 지우기 때문에 이들이 민사소송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편 지난해 12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키코사건은 모두 124건으로, 이 중 6건이 소송이 취하됐거나 조종으로 마무리됐고 118건이 민사합의21,22,31,32부에 배당돼 계류중이다.